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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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장안의 동쪽 저자에 점치는 일을 생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사마계주라고 하는 사람이 가장 유명하였다.
어느 날, 중대부 송충과 박사 가의가 옛 성현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당시 세태의 인정이 옛날과 다르다고 하면서 서로 바라보며 탄식하였다.
가의가 말했다.
“제가 듣건대 옛 성현들은 조정에서 벼슬을 하지 않고 민간에서 점을 쳐주거나 병을 치료해 주었다고 하는데, 우리도 동쪽 저자에 가서 과연 성현들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그러자 송충이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 그곳에 있는 사마계주라는 사람이 점을 쳐서 미래를 예언한다고 하니 함께 가봅시다.”
두 사람이 수레를 타고 동쪽 저자에 도착했을 때,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사마계주는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앉아서 일월의 운행과 음양 길흉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마계주는 가의와 송충 두 사람의 행동거지와 차람을 보고 높은 신분의 사람임을 알았다. 그는 제자들을 시켜 의자를 가져오게 하여 앉게 하고,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송충과 가의는 사마계주의 말이 도리에 맞다 생각하고, 그에게 물었다.
“이처럼 재능이 있으신 분께서 어찌 이렇게 비천한 일을 하시는지요?”
사마계주는 배를 잡고 크게 웃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두 분께서는 학식이 있으시고 이치를 아시는 분 같은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두 분께서 생각하시는 고귀함이란 무엇입니까?”
송충과 가의는 말했다.
“벼슬을 하는 것이 고귀한 일입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서 누가 고관대작이 되는 것을 마다하겠습니까? 그대는 인재이면서도 이런 일을 하는데, 점치는 일은 허황된 말로 사람들을 속여 그들의 돈이나 재산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들이 그대를 비천하다고 말하는 것이며, 정말 부끄럽습니다.”
그러자 사마계주는 이렇게 말했다.
“벼슬을 하려면 반드시 백성들을 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벼슬을 하거나 국록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두 분께서는 벼슬하는 것이 고귀하다고 하셨는데, 오늘날 벼슬을 하는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들은 서로 결탁하여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국법을 이용하여 위로는 왕을 속이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속이며 억압하며, 먹고 마시고 놀면서 백성들의 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뿐만 아니라 굶어 죽은 사람들은 사방에 널려 있으니, 칼을 들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강도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두 분께서는 무엇을 근거로 벼슬하는 사람들이 고귀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송충과 가의는 사마계주의 말에 더 이상 대꾸를 하지 못하였다.
<史記사기 / 日者列傳일자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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