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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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초나라에 우맹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본시 초나라의 악인(樂人)으로서 말로써 풍자를 잘 했다.
당시 초나라의 재상을 지내던 손숙오는 우맹이 재주 많은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손숙오는 왕을 도와 정치를 잘 하였지만, 청렴한 성품 때문에 별다른 재산이 없었다. 손숙오는 중병에 걸려 죽게 되자, 아들을 불러 유언하였다.
“훗날 너는 가난해 질 것이 분명하니, 가난해 지거든 우맹을 찾아가 ‘저는 손숙오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해라.”
손숙오가 죽자, 왕은 그의 공적도 잊은 채 손숙오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려도 해주지 않았다. 몇 년 후, 과연 손숙오의 아들은 가난하게 되어 길거리에서 땔감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형편이 되었다.
어느 날, 손숙오의 아들은 길거리에서 우맹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우맹에게 말했다.
“저는 손숙오의 아들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제가 가난해지거든 우맹이라는 분을 찾아가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그러자 우맹이 말했다.
“그대는 먼 곳에 가지 않도록 하시오.”
그리고 나서 우맹은 집으로 돌아와 손숙오의 옷과 관을 만들어 입고, 그의 몸짓과 말씨를 흉내 냈다. 일 년쯤 지나자, 손숙오와 똑같이 흉내를 내게 되었는데, 초왕과 측근의 신하들은 모두 손숙오와 우맹을 분간하지 못하였다.
초장왕이 베푼 주연에서 우맹이 앞으로 나아가 왕에게 잔을 올리자, 왕은 깜짝 놀라며 손숙오가 다시 살아난 것으로 생각하였다. 초장왕이 우맹을 재상으로 임명하려고 하자 우맹이 말했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의논한 다음, 사흘 후에 와서 재상을 맡겠습니다.”
사흘 후, 우맹이 알현하러 오자, 왕은 물었다.
“그대의 아내는 무어라 말하던가?”
“저의 아내가 초나라 재상은 결코 할 만한 자리가 아니라며 저더러 재상 자리를 맡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손숙오와 같은 사람은 초나라의 재상으로서 충성스럽고 청렴하게 초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 덕분에 왕께서는 제후들의 패자가 되셨지만, 그가 죽자 그의 아들에게는 송곳을 세울 만큼의 땅도 없으며, 빈곤하여 땔나무를 내다 팔아서 끼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손숙오처럼 된다면 차라리 자살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이에 초장왕은 우맹에게 사과하고, 손숙오의 아들을 불러 침구 땅에 4백호의 봉읍을 주어 아버지의 제사를 모시게 하였다.
<史記사기 / 滑稽列傳골계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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