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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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의기는 가득 차면 엎어지고
박만은 텅 비어야 온전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무위의 경지에 살지언정
유위의 경지에는 살지 않고
부족한 곳에 머물지언정
완전한 곳에는 머물지 않는다.
欹器以滿覆, 撲滿以空全.
의기이만복, 박만이공전.
故君子寧居無不居有. 寧處缺不處完.
고군자영거무불거유. 영처결불처완.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의기[欹器] 주(周)나라 때 임금을 경계하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그릇. 한쪽으로 기우뚱하게 생긴 그릇인데, 이 그릇은 텅 비면 한쪽으로 기울고, 물을 중간쯤 채우면 똑바르게 되고, 물을 가득 채우면 엎어져 버리므로, 옛날에 임금이 차고 넘침[盈滿]을 경계하는 뜻으로 이 그릇을 좌우(坐右)에 두었다고 한다. <荀子 宥坐> 참고로, 공자가어(孔子家語) 권2 삼서(三恕)에 “공자(孔子)가 노 환공(魯桓公)의 사당을 구경하였는데, 의기가 있는 것을 보고 사당을 지키는 이에게 이것이 무슨 기구냐고 묻자, 임금의 자리를 돕는 그릇[宥座之器]이라고 하였다. 이에 공자가 말하기를 ‘내 듣건대, 자리를 돕는 그릇은 비면 기울고 알맞으면 바르게 되며 가득 차면 뒤집어져서 명군(明君)이 이로써 지극한 경계를 삼고 항상 자리 옆에 두었다고 한다.’라 하고, 제자를 돌아보면서 ‘물을 부어 보아라.’라고 하였다. 물을 붓자, 물이 알맞으면 그릇이 바르고 가득 차면 뒤집어졌다. 공자가 탄식하기를 ‘아아, 사물이 어찌 가득 찼으면서도 뒤집어지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라고 하니, 자로가 나와서 묻기를 ‘감히 여쭙겠습니다. 가득 찬 것을 유지하는 방도가 있습니까?’라고 하자, 공자가 말하기를 ‘총명과 예지는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천하를 덮을 만한 공은 사양으로 지키고, 세상을 떨칠 만한 용력은 두려움으로 지키고, 사해를 다 가지는 부는 겸손함으로 지킨다. 이를 두고 덜어내고 또 덜어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라고 하였다.[孔子觀於魯桓公之廟, 有欹器焉. 欹傾. 夫子問於守廟者曰 : ‘此謂何器?’ 對曰 : ‘此蓋為宥坐之器.’ 孔子曰 : ‘吾聞宥坐之器, 虛則欹, 中則正, 滿則覆, 明君以為至誡, 故常置之於坐側.’ 顧謂弟子曰 : ‘試註水焉.’ 乃註之, 水中則正, 滿則覆. 夫子喟然嘆曰 : ‘嗚呼! 夫物惡有滿而不覆哉?’ 子路進曰 : ‘敢問持滿有道乎?’ 子曰 : ‘聰明睿智, 守之以愚 ; 功被天下, 守之以讓 : 勇力振世, 守之以怯 ; 富有四海, 守之以謙. 此所謂損之又損之之道也.’]”라고 하였다.
✦ 박만[撲滿] 고대의 벙어리저금통이다. 박만(撲滿)은 돈을 넣어두는 작은 항아리로, 동전을 넣는 입구만 있고 꺼낼 구멍이 없기 때문에 돈이 가득하면 깨부수어 꺼낸다 하여[滿則扑之] 박만(撲滿)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한다. 저금옥(貯金玉) 또는 박만자(撲滿子)라고도 한다. <西京雜記 五> 참고로, 전한(前漢) 때의 재상 공손홍(公孫弘)이 현량(賢良)으로 뽑혀 들어갈 때, 친구 추장천(鄒長倩)이 그에게 생추(生芻) 1속(束), 소사(素絲) 1수(襚), 박만(撲滿) 1개를 보내며 편지에 “박만(撲滿)은 흙으로 만들었는데, 돈을 저축하는 용기입니다. 들어가는 구멍은 있지만 나오는 구멍은 없으니, 가득 차면 이를 깨뜨려야 합니다. 선비도 모아두기만 하고 흩어서 나누어주지 않는 자는 장차 박만과 같이 부서지게 될 것이니,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撲滿者 以土爲之 蓄錢之具也 有入竅而無出竅 滿則撲之 士有聚而得不散者 將有撲滿之敗 可不戒乎]”라고 썼다고 한다. <山堂肆考 卷106 人品 故人 贈以生芻> 생추(生芻)는 현자(賢者)가 타는 흰 망아지의 먹이로 쓰는 생꼴이며, 소사(素絲)는 대부가 현자를 보러 갈 때 타고 가는 수레에 꽂는 깃발의 흰색 실로, 모두 현자에 대한 예우를 뜻한다. 즉, 생추는 미천한 데서 고귀한 데로 나아가라는 의미이고, 소사(素絲)는 소선(小善)이라도 소중히 실천하라는 의미이며, 박만(撲滿)은 저금통인데 가득차면 깨뜨려야 하므로 취렴(聚斂)을 일삼지 말라는 충고를 담은 것이다.
✦ 무위[無爲] 자연 그대로 되어 있고, 사람이 힘들여 함이 없음. 인연(因緣)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닌 생멸(生滅) 불변(不變)의 것. 하는 일이 없음. 유가(儒家)의 무위(無爲)와 도가(道家)의 무위(無爲)는 다르다. 도가(道家)의 무위(無爲)는 마음을 비우고 청결(淸潔)하게 가져 모든 일을 자연(自然)에 순응(順應)하고 일체의 인위적(人爲的)인 작위(作爲)를 하지 않는 것을 이르고, 유가(儒家)의 무위(無爲)는 현능(賢能)한 사람을 선발해 적재(適材)를 적소(適所)에 배치하여, 덕치(德治)로 사람을 감화(感化)시키는 것을 이른다. 즉, 도가적(道家的)의 무위(無爲)는 청정허무 순응자연(淸靜虛無 順應自然)하는 것이고, 유가적(儒家的) 무위(無爲)는 선현임능 이덕화인(選賢任能 以德化人)하는 양현교사(養賢敎士)의 방법이다.
✦ 무위[無爲] 불교 용어인 유위(有爲) 즉 유위법(有爲法)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보통 무위법(無爲法)이라고 일컫는다. 인연(因緣)의 화합으로 조작되어 일어나서 생주이멸(生住異滅)의 현상을 보이는 것이 아닌 절대 상주(絶對常住)의 법으로서, 불가에서 말하는 진리나 열반(涅槃), 그리고 다른 말로 법성(法性)이나 실상(實相)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 유위[有爲] 무위(無爲)의 반대 개념. 능력이 있음. 쓸모가 있음. 여러 가지 원인과 조건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현상. 위(爲)는 조작의 뜻이니, 인연(因緣)으로 말미암아 조작[爲]되는 모든 현상. 공덕을 탐하는 마음. 육조단경(六祖壇經)에 “자성을 보는 것이 공이요, 평등이 덕이다.[見性是功, 平等是德.]”이라고 했다.
【譯文】 欹器因爲裝滿了水卽刻傾覆, 撲滿因爲空無一文得以保全. 所以君子寧願處於無爲不處於有爲, 寧可生活欠缺些不要生活完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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