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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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무언도 말이고 무지도 지식이다
- 열자;제4편 중니[5]-
열자가 호구자림을 스승으로 모시고 백혼무인을 친구로 하여 남곽이란 곳에 살고 있었다. 열자를 따르는 사람이 날로 늘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나 열자는 자신을 미천한 인물이라 생각하였다. 열자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아침마다 모여 무엇이든 서로 얘기를 하여 나누지 않는 말이 없었다.
그런데 열자는 남곽자란 사람과 서로 이웃하며 살아온 지 20년이 되었으나 서로 내왕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 때로는 길에서 만나는 일이 있어도 두 사람은 마치 한번도 본적조차 없는 사람을 대하듯 하였다. 열자를 따르는 사람들도 열자와 남곽자가 무슨 원수 진 일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이런 소문을 듣고 초나라에서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가 열자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남곽자와 원수 진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열자가 말했다.
“아닙니다. 남곽자는 그의 겉모습도 충실하고 완전하지만, 마음 또한 텅 비어서 귀로 무엇을 들으려 하지 않고, 눈으로 무엇을 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입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하지 않고, 마음으로 무엇을 알려고 하지 않고, 몸가짐은 무엇을 무서워하는 일도 없습니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러나 함께 가서 그를 만나 보도록 합시다.”
열자는 그와 함께 제자 40명을 거느리고 가서 남곽자를 만났다. 남곽자의 생김새는 사람과 같으나 넋이 없는 인형과 같아서 접근할 수가 없었다. 열자를 돌아보니 형체와 정신이 서로 합하지 아니하여 같이 어울려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남곽자는 좀 있다가 열자의 제자 가운데 제일 말단의 사람을 지적해 같이 얘기를 하였다. 그의 말하는 태도는 아주 유쾌한 어조로 아무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웅변가 같았다. 열자의 제자들은 이것을 보고 놀랐다. 그들은 돌아와서도 모두 의아해 하는 눈빛이었다.
열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서로 마음과 마음이 맞아 통하는 사람끼리는 할 말이 없다. 서로 이해하는 사람끼리도 역시 할 말이 없다. 무언도 하나의 말이고, 무지도 역시 하나의 지식이다. 말이 없는 것과 말을 하지 않는 것, 또는 아는 것이 없는 것과 알지 않는 것도 역시 하나의 말이며 하나의 지식이다. 이런 사람은 역시 말하지 않는 일이 없고, 모르는 일도 없다. 또 말할 것도 없고, 또 알 것도 없는 것이다. 이치가 이런데 어찌 점잖지 못하게 놀라는 것이냐?”
- 列子;第4篇 仲尼[5]-
子列子旣師壺丘子林, 友伯昏瞀人, 乃居南郭. 從之處者, 日數而不及. 雖然, 子列子亦微焉, 朝朝相與辨, 無不聞. 而與南郭子連牆二十年, 不相謁請; 相遇於道, 目若不相見者. 門之徒役, 以爲子列子與南郭子有敵不疑. 有自楚來者, 問子列子曰:「先生與南郭子奚敵?」 子列子曰:「南郭子貌充心虛, 耳無聞, 目無見, 口無言, 心無知, 形無惕. 往將奚爲? 雖然, 試與汝偕往閱.」 弟子四十人同行. 見南郭子, 果若欺魄焉而不可與接. 顧視子列子, 形神不相偶, 而不可與羣. 南郭子俄而指子列子之弟子末行者與言, 衎衎然若專直而在雄者. 子列子之徒駭之. 反舍咸有疑色. 子列子曰:「得意者無言, 進知者亦無言. 用無言爲言亦言, 無知爲知亦知. 無言與不言, 無知與不知, 亦言亦知. 亦無所不言, 亦無所不知; 亦無所言, 亦無所知. 如斯而已. 汝奚妄駭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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