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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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참다운 즐거움이란
- 열자;제4편 중니[1]-
공자가 한가로이 집에 있을 때 자공이 들어왔다. 웬일인지 공자는 근심하는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자공은 그 이유를 감히 묻지 못했다.
자공은 나와서 안회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안회는 아무 대답 없이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를 불렀다.
공자가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회를 안으로 불러들여 물었다.
“어째서 혼자 즐거워하느냐?”
안회가 대답했다.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혼자 근심을 하고 계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먼저 너의 뜻을 말해보거라.”
안회가 말했다.
“저는 전에 선생님께서 ‘자연을 즐거워하고 운명을 알아라.’라고 하신 말씀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듣고 공자는 슬픈 듯이 있다가 말했다.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느냐. 그러나 내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것은 내가 옛날 그 때 무엇에 대해 말한 것일 뿐이다. 지금 이 때에 말하는 것으로 그 말을 바꾸거라. 너는 다만 자연을 즐거워하고 운명을 아는 것으로 근심이 없는 것만 알고, 자연을 즐거워하고 운명을 알면서 근심이 있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모른다.
이제 너에게 숨김없이 진실 된 말을 하겠다.
자기 한 몸을 수양하여 자기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그저 자연에 맡기고, 세상에 나가서 벼슬을 하게 되면 옛날 선왕의 도를 펴고, 벼슬을 버리고 물러나면 자기 한 몸을 수양하게 되는 것이 모두 자기 한 개인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변란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네가 말한「자연을 즐거워하고 운명을 알아 근심이 없다」 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시경과 서경을 수정하고, 예기와 악기를 정정하여, 장차 온 천하를 다스림으로 그 공적을 내세에 남겨놓으려 했었다. 자기 한 몸만 수양하고, 노나라 하나만을 다스리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노나라의 임금과 신하는 날일 갈수록 나라의 질서를 잃어버리고, 인과 의의 도는 갈수록 더욱 쇠퇴해 가고, 사람의 감정과 이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각박해져 가고 있다.
나의 이 도가 한 나라나 당대에도 행해지지 않는데 온천하와 내세에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느냐. 나는 지금에 와서야 시서와 예악이 천하가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는데 아무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고, 또한 세상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을 즐거워하고 운명을 아는 사람의 근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체득한 것도 있다. 대개 자연을 즐거워하면서 운명을 안다는 것은 옛날 사람들이 말한 것과 같이 자연을 즐거워하면서 운명을 안다는 것이 아니다. 즐거움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것이 참다운 즐거움이고 참다운 지식이다. 그러므로 도리어 즐겁지 않은 것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근심하지 않는 것도 없고,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시서와 예악 같은 것을 내버릴 것이 무엇이며, 또한 개혁할 것이 무엇이겠느냐?”
안회가 이 말을 듣고, 북쪽으로 서서 손을 읍하고 말하였다.
“저도 체득하였습니다.”
안회가 밖으로 나가 자공에게 이 말을 하니, 자공은 어리둥절하여 무엇을 잃어버린 듯하였다. 자공은 집으로 돌아가서 깊은 생각에 빠져 이레 동안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어 나중에는 살이 빠지고 뼈만 남게 되었다. 안회가 그 모습을 보고 몇 번씩이나 가서 잘 타일러서 겨우 다시 공자의 문하로 되돌아오게 하여 평생 동안 거문고나 타고, 노래나 부르고 독서나 하는 것으로 소일하였다.
- 列子;第4篇 仲尼[1]-
仲尼閒居, 子貢入侍, 而有憂色. 子貢不敢問, 出告顔回. 顔回援琴而歌. 孔子聞之, 果召回入問, 曰:「若奚獨樂?」 回曰:「夫子奚獨憂?」 孔子曰:「先言爾志.」 曰:「吾昔聞之夫子曰:‘樂天知命故不憂’, 回所以樂也. 「孔子愀然有閒曰:」 有是言哉? 汝之意失矣. 此吾昔日之言爾, 請以今言爲正也. 汝徒知樂天知命之無憂, 未知樂天知命有憂之大也. 今告若其實. 修一身, 任窮達, 知去來之非我, 亡變亂於心慮, 爾之所謂樂天知命之無憂也. 曩吾修<詩><書>, 正禮樂, 將以治天下, 遺來世; 非但修一身治魯國而已. 而魯之君臣日失其序, 仁義益衰, 情性益薄. 此道不行一國與當年, 其如天下與來世矣? 吾始知<詩><書>禮樂無救於治亂, 而未知所以革之之方:此樂天知命者之所憂. 雖然, 吾得之矣. 夫樂而知者, 非古人之謂所樂知也. 無樂無知, 是眞樂眞知; 故無所不樂, 無所不知, 無所不憂, 無所不爲. <詩><書>禮樂, 何棄之有? 革之何爲?」 顔回北面拜手曰:「回亦得之矣.」 出告子貢. 子貢茫然自失, 歸家淫思七日, 不寢不食, 以至骨立. 顔回重往喩之, 乃反丘門, 絃歌誦書, 終身不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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