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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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진나라 평공의 휘하에 기황양이라는 대부가 있었다. 그는 국왕에게 인재를 천거할 때, 밖으로는 원수를 피하지 않고, 안으로는 친척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그 사람의 덕과 재능을 기준으로 하여 천거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평공이 그에게 말했다.
“남양에 현령이 한 사람 필요한데, 누가 적당하겠소?”
기황양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 자리에는 해호라는 사람이 가장 적합합니다.”
기황양과 해호가 서로 원수지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던 진공은 뜻하지 않은 대답에 깜짝 놀랐다.
“아니, 해호는 그대의 원수가 아닌가?”
기황양은 조금 불쾌한 듯 말했다.
“왕께서 물으신 것은 누가 현령자리에 적당하겠는지 하는 것이었지, 저의 원수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공은 기양황의 뜻을 깨닫고 그의 도량에 감탄하였다. 평공이 기양황의 말대로 해호를 남양 현령으로 발령하자, 대신들은 모두 평공이 사람을 쓸 줄 안다고 칭송하였다.
한번은, 군대에서 유능한 지휘관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당시 나라 안에는 기황양의 아들 기오만이 유력한 사람이었다. 평공은 기황양에게 다음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냈다.
“그대가 보기에는 누가 군대의 지휘를 맡아야 할 것 같소?”
기황양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였다.
“기오가 적임자입니다.”
평공은 일부러 놀라는 척하며 다시 물었다.
“아니, 기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니오?”
기황양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왕께서는 저에게 군대를 지휘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물으셨지, 기오가 저의 자식인지를 묻지는 않으셨습니다.”
평공은 만족스런 듯 웃더니, 기오를 군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하였다. 대신들은 평공의 사람을 등용하는 기술에 대하여 더욱 탄복하였다.
훗날, 공자는 이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황양을 이렇게 평가하였다.
“신하된 자는 마땅히 기황양과 같아야 하는데, 군주를 위하여 자신을 잊고, 국가를 위하여 자기의 집을 잊어야 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잊어야 한다. 이익이 있다하여 구차하게 나아가지 않으며, 손해가 된다하여 구차하게 떠나지 않는 것이 바로 도의가 있는 곳이다.”
<漢書한서 / 列傳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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