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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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한신은 본시 초나라 항우 밑에서 말단 군관을 지냈으나, 항우가 크게 써주지 않자 유방에게 귀순하였다. 유방은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를 대장으로 임명하였다. 한신이 군대를 이끌고 제나라를 공격하자, 항우는 20만 대군을 파견하여 제나라를 지원하며 한신의 진격을 막으려 하였다. 그러나 한신은 초나라 군대를 무참하게 격파하였다.
한신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한 항우는 무섭이라는 사람을 보내 유방의 수하에서 장군 노릇을 하지 말고 스스로 왕이 되라고 권하였다. 한신은 그의 말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내가 항우의 부하로 있을 때, 그는 나를 하급군관에 임명하여 하찮은 일만을 시키고, 나의 계책을 들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소. 그것 때문에 나는 한나라로 귀순한 것이오. 한나라 왕 유방은 나에게 대장군의 직위를 주고 수만 대군을 통솔하도록 해주었소. 뿐만 아니라 나에게 자기의 옷을 벗어 입게 해주고, 자기의 먹을 것까지도 나에게 먹게 해주었소. 또한 왕께서는 나의 건의를 들으시고 나의 계책을 써주셨소. 이렇게 그의 덕분에 내가 장군이 되었는데, 내 어찌 스스로 왕이 되어 그를 배신할 수 있겠소? 돌아가서 나의 마음을 항왕에게 전해주기 바라오.”
항우가 보낸 무섭이 한신의 거절을 확인하고 떠난 뒤, 제나라 출신의 모사인 괴통은 천하의 대세가 한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관상을 본다는 구실로 한신을 설득하려고 이렇게 말하였다.
“사람의 귀천은 골격의 형상에 나타나고, 기쁨과 근심은 얼굴빛에 나타나며, 성공과 실패는 사람의 성품과 큰일을 결단하는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이 세 가지 것을 보면 조금도 틀리지 않습니다.”
한신이 말했다.
“그렇다면 저의 관상을 한 번 보도록 하시오.”
괴통은 좌우의 사람들을 다 물러나게 한 다음 한신을 한참 동안 바라보면서 몸을 앞으로 구부리게 하였다. 괴통은 잠시 생각한 후 말을 하였다.
“대장군의 얼굴을 보면 후에 봉해지는 정도가 되겠고, 게다가 생명에 위험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대장군의 등 모습을 보면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신이 물었다.
“그 말은 무슨 뜻이오?”
괴통의 천하의 형세를 분석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초나라와 한나라가 서로 다툰 지 오래 되어 백성들의 원망을 깊어지고 있습니다. 천하의 성현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참혹한 상황을 끝낼 수 없습니다. 만약 대장군께서 한나라 왕을 돕는다면 한나라가 천하를 얻게 될 것이고, 초나라를 돕는다면 초나라가 이기게 될 것입니다. 대장군께서 저의 계책을 써주신다면 쌍방 간에 손해를 보지 않고 그들로 하여금 공존하게 하며,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솥의 발처럼 세워 놓으면 그 형세에서는 감히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대장군께서는 큰 뜻과 지략으로 초나라와 한나라의 싸움을 막으셔야 하며, 이렇게 하시는 것이 백성들의 소망에 따르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늘이 내린 기회입니다. 대장군께서 한나라 유방을 배반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그 화를 입게 될 것이니 잘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괴통의 말을 듣고 난 한신은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 자신이 유방에게 입은 은혜를 생각하니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의리를 져버릴 수가 없었다. 한신은 유방을 배반하여 불의한 이름을 얻을 수 없어서, 괴통의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史記사기 / 淮陰侯列傳회음후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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