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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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단순호치[丹脣皓齒]붉은 입술에 하얀 이
하나라가 쇠퇴할 무렵 두 마리의 용이 왕궁의 뜰에 나타나,
“우리는 포나라의 두 왕이다.”
하면서 용의 정기인 타액(唾液:침)을 토해놓고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것을 상자에 정성스럽게 받아 밀봉하고는 소중히 보관하였다. 그 상자는 천 년 동안이나 보관되었다. 그러나 은나라 여왕 시대에 이르러 어떤 실수에 의해 상자가 마침내 열렸다.
그러자 상자 안에 있던 용의 침은 갑자기 검은 도마뱀으로 변하여 궁궐 안을 마구 기어다녔다.
이에 놀란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마침내 궁녀들을 모아 옷을 벗게 하고 큰 소리를 치도록 하였다. 그러자 도마뱀은 후원 쪽으로 도망쳐버렸다.
벌거벗은 여인들의 고함 소리에 놀라 후원으로 도망치던 도마뱀은 때마침 후원을 지나가던 일곱 살 난 소녀와 마주쳤는데 그 소녀가 열 다섯이 되자 처녀의 몸인데도 자꾸만 배가 불러왔다. 이윽고 그녀가 애를 낳자 고민 끝에 아기를 강물에 띄워보냈다.
한편 당시에 거리에는 수상한 노래가 퍼지고 있었다.
「뽕나무로 만든 활과 가느다란 풀줄기로 짠 화살통, 그것이 주나라를 망하게 하리라.」
왕이 그 노래를 듣고는 명령을 내려 뽕나무로 만든 활과 풀줄기로 짠 화살통을 모두 없애도록 하였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어느 시골의 활장수 부부가 뽕나무 활과 화살통을 가득 짊어진 채 서울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서울에 오자마자 포졸들에게 붙잡히게 되었는데 남편은 용케도 도망쳐서 10리 밖에까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내달으니 거기서 마누라의 처절한 비명소리를 듣게 되었다.
눈물을 흘리며 강가로 가 몸을 던지려던 남편은 조그만 돗자리 위에 핏덩이 계집아이가 실려 떠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수백 마리의 새떼가 공중을 떠돌고 있었고, 그 중 수십 마리는 돗자리를 입으로 물어 사력을 다하며 계집아이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남편이 돗자리를 건져 계집아이를 품에 안고 생각해 보니 갈 곳이 도무지 없었다.
그는 궁리 끝에 포나라에 있는 친구에게로 가서 아이를 맡겼다.
그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났으며 용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음인지 용모가 빼어났다.
그 무렵 포나라 왕이 주 왕실에게 중죄를 지어 나라에서 제일가는 미녀를 바치고 죄를 용서받게 되었는데 그 미녀가 바로 포사였다.
주나라 유왕은 포사에게 처음부터 빠져버렸다.
그러나 포사는 웃음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포사를 웃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만이 유왕의 가장 큰 바램이 아닐 수 없었다. 별의별 일을 다 꾸며봤지만 그녀는 웃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그대가 웃을 수 있겠소?”
“저는 좋아하는 것이 없사옵니다. 다만 비단 찢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을 듯하옵니다.”
유왕은 그날부터 매일 비단을 백 필씩 가져다가 팔 힘이 센 궁녀를 시켜 찢게 하였다. 그러나 포사는 웃지 않았다. 다만 뺨 부근이 희미하게 움직였을 뿐이었고 입술이 약간 벌어질 정도였다. 그래도 유왕은 뛸 듯이 기뻤다.
매일 산더미 같은 비단이 찢겨졌다. 궁중의 비단이 모두 없어지니 이제 제후들과 백성들에게서 징발해 계속 찢었다. 궁중에서는 매일 비단 찢는 소리가 가득 찼다.
그러던 어느 날, 실수로 봉화대에 봉화가 올랐다. 봉화는 외적이나 반란군의 침입 등 위급할 때 릴레이식으로 올려 모든 군사를 왕궁으로 모이도록 하라는 신호이다.
“큰일났다. 빨리 왕궁으로 가자!”
나라의 모든 군사며 마차가 왕궁으로 모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사람과 말이 뒤엉키고, 수레는 서로 부딪히고 앞서 온 군사들이 뒤에 온 군사들에게 고함치고,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제후들은 맥이 빠져 자기들끼리 모여 수근거렸고 군사들은 투구를 땅바닥에 집어던지면서 흥분하기도 하였다. 어떤 자들은 아예 길에서 주저앉아 잠을 자기도 하였다.
이러한 웃지 못 할 광경이 한나절이나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결코 웃지 않았던 포사도 이 광경에 단순호치(丹脣皓齒)를 드러내며 웃었다. 꿈에 그리던 포사의 웃음이었다. 웃는 포사의 얼굴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유왕은 하늘도 땅도 그녀가 웃는 이 순간을 위해 생겨났다고 생각했다.
다음날부터 유왕은 매일 봉화를 올리게 했다. 처음에는 군사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와 보면 왕궁의 높은 다락 위에서는 유왕과 포사가 내려보며 웃고 있었고 그런 일이 계속되자 그 후에는 봉화가 올라도 움직이는 군사들이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견융족이 쳐들어 왔다.
“봉화를 올려라!”
유왕은 다급하여 명령했다. 그러나 봉화가 올라도 단 한 명의 군사도 모이지 않았다.
유왕과 포사는 궁정을 빠져나가 도망쳤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견융족에게 잡혀 유왕은 단칼에 베어졌으며 포사는 추장이 자기 아내로 삼았다.
그렇게 하여 어이없게도 주나라는 멸망하게 되었다. 한편 견융족 추장의 아내가 된 포사 또한 얼마 후 밤중에 도망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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