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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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진시황(秦始皇)에 이은 2대의 폭정에 견디다 못해서 여기저기서 민란이 일어나던 진(秦)나라 말기 때의 일이다.
이제 진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았고 천하는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변할 순간이었다. 누구든지 먼저 진의 도읍 함양(咸陽)에 진격하는 자를 그곳의 왕으로 봉하겠다는 초왕(楚王)의 공언이 있었던 터라 다들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하지만 먼저 입성한 이는 유방(劉邦)이었다. 아방궁(阿房宮)에 들어간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옛날 말로만 듣던 진시황의 영화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자 인간이었던 그도 일말의 욕구가 없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낌새를 재빨리 눈치 챈 이는 강직하기로 소문난 부하 번쾌였다.
“아직 천하는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한 시 바삐 밖에 나가 진을 치고 군사를 가다듬어야 합니다.”
그러나 워낙 넋을 잃고 있던 유방이라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사(謀士) 장량(張良)이 입술을 깨물면서 나섰다.
“지금 당신 같은 일개 서민이 이런 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천도(天道)를 무시한 진시황이 학정을 펴서 뭇 백성들의 원성을 샀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먼저 원성으로 들끓고 있는 천하의 백성을 위해 상복(喪服)으로 갈아입고 그들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러거늘 입성하자마자 금은보화에 눈이 팔리고 미녀에 넋을 잃는다면 진시황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옛 말에도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 이롭고, 바르게 타이르는 말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실에는 이롭다(良藥苦於口, 而利於病, 忠言逆於耳, 而利於行)’고 했습니다. 제발 번쾌의 충언에 따르십시오.”
그제서야 비로소 유방은 깜짝 놀라 지체 없이 왕궁을 나와 언덕 위에 진을 쳤다. 이 때 그는 진의 백성들에게 약법삼장(約法三章)만을 발표함으로써 일거에 민심을 거둘 수 있었으며 후에 자신이 천하를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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