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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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상하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 한비자 제37편 논난(2) [4] -
진나라 평공이 숙향에게 이렇게 물었다.
“옛날 제나라 환공이 제후를 여러 차례 소집하여 마침내 천하를 통일한 것은 신하의 힘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군주의 힘에 의한 것인가.”
숙향이 대답하였다.
“관중이 천을 잘 마름질하고, 빈서무가 잘 꿰매고, 습붕이 잘 다듬질하여 의복을 완성시켜 놓으면 환공은 그것을 모조리 받아들여 잘 입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신하의 힘이며 군주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사광이 거문고 위에 엎드려 웃었다.
평공이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웃는가.”
사광이 대답하였다.
“숙향이 군주께 대답한 말 때문입니다. 대체로 신하라는 것은 요리사가 성찬을 장만하여 군주에게 진상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군주가 찬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 누가 무리하게 권할 수가 있겠습니까. 비유해서 말씀드리자면 군주는 토양이고, 신하는 초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토양의 질이 좋아야 초목도 크게 성장하는 법입니다. 환공의 천하통일은 군주의 힘입니다. 어찌 그것이 신하의 힘이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숙향과 사광의 대답은 모두 잘못이다. 대체로 천하를 통일하려고 제후를 몇 차례 소집시킨 것은 훌륭한 사업인 것이며, 군주의 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또 그렇다고 신하의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옛날 궁자기는 우를 섬기고 희부기는 조를 섬기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현명했기 때문에 그들이 한 말은 사리에 맞았고, 실시하면 잘 되어 갔는데도 우와 조 두 나라가 함께 멸망한 것은 어찌된 일인가.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탁월한 신하가 있었지만 탁월한 군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전숙이 간을 섬기고 있었을 때에는 간이 망했고, 진나라를 섬기고 있었을 때에는 진나라가 패자가 되었다. 이것은 건숙이 우에서는 바보였고 진나라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탁월한 군주의 유무가 문제였던 것이다. 숙향은 신하의 힘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옛날 환공은 궁중에 시장을 두 곳, 유곽을 2백이나 마련하고, 관도 쓰지 않고 산발한 채로 여자들을 수레에 태워 밤낮으로 놀고만 있었지만, 관중을 신하로 두었기 때문에 5패의 장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중이 사망한 뒤에 수조를 임용했기 때문에 환공의 시체에서 구더기가 나올 때까지 매장되지 못했던 것이다. 신하의 힘에 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관중을 임용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패왕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또 군주의 힘 때문이었다고 하면 수조를 임용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라가 문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옛날 진나라 문공은 제나라 공주를 사랑하여 귀국할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구범이 강력하게 귀국할 것을 충고했기 때문에 귀국을 하였다. 그러자 환공은 관중의 힘에 의해서 제후를 소집시키고, 문공은 구범의 힘에 의해서 패왕이 되었다. 사광이 군주의 힘에 의해서 된다고 말한 것도 역시 잘못된 것이다.
대체로 천하의 공명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각도로 보더라도 군신 양편의 힘이다. 그래서 숙향과 사광의 답변은 모두가 편견인 것이다.”
- 韓非子 第37篇 論難(二) [4] -
晉平公問叔向曰:「昔者齊桓公九合諸侯, 一匡天下, 不識臣之力也, 君之力也?」 叔向對曰:「管仲善制割, 賓胥無善削縫, 隰朋善純緣, 衣成, 君擧而服之. 亦臣之力也, 君何力之有?」 師曠伏琴而笑之. 公曰:「太師奚笑也?」 師曠對曰:「臣笑叔向之對君也. 凡爲人臣者, 猶炮宰和五味而進之君. 君弗食, 孰敢强之也? 臣請譬之;君者, 壤地也;臣者, 草木也. 必壞地美, 然後草木碩大. 亦君之力也, 臣何力之有?」
或曰:叔向·師曠之對, 皆偏辭也. 夫一匡天下, 九合諸侯, 美之大者也, 非專君之力也, 又非專臣之力也. 昔者宮之奇在虞, 僖負羈在曹, 二臣之智, 言中事, 發中功, 虞·曹俱亡者, 何也? 此有其臣而無其君者也. 且蹇叔處干而干亡, 處秦而秦霸, 非蹇叔愚於干而智於秦也, 此有君與無臣也. 向曰 「臣之力也」, 不然矣. 昔者桓公宮中二巿, 婦閭二百, 被髮而御婦人. 得管仲, 爲五百長;失管仲·得豎刁而身死, 蟲流出尸不葬. 以爲非臣之力也, 且不以管仲爲霸;以爲君之力也, 且不以豎刁爲亂. 昔者, 晉文公慕於齊女而忘歸, 咎犯極諫, 故使得反晉國. 故桓公以管仲合, 文公以舅犯霸. 而師曠曰 「君之力也」, 又不然矣. 凡五霸所以能成功名於天下者, 必君臣俱有力焉. 故曰:叔向·師曠之對, 皆偏辭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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