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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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제2칙]지도무난 -
<수시>-----------------------------
하늘과 땅이 오히려 좁고 옹색하며, 해와 달 온갖 별들이 빛을 잃었다. 설사 방망이를 비오듯 쳐 대고, 천둥치듯 할을 터뜨려 본들, 최고의 가르침의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니다. 비록 삼세의 부처님들이라 한들 스스로 깨달아야 하며, 역대 조사인들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체의 경전들의 설명도 미치지 못하고, 눈밝은 이들이라도 스스로 구제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 어떻게 가르침을 청하여 배워야 하겠느냐. 부처라고 말하는 것도 진흙 속을 헤매고 물 속에서 허우적대는 꼴이요, 선(禪)이라 부르는 것도 얼굴 가득히 부끄러움만 드러낼 뿐이다. 구참 상사들은 말을 기다리지 않고 다 아는 것이지만, 초심자들은 모름지기 곧바로 궁리하여 취해야 한다.
<본칙>-----------------------------
조주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고 오직 간택을 하지 않으면 될 뿐이다. 말하는 순간 간택에 떨어지거나 명백함에 떨어질 것이니 나는 명백한 속에도 있지 않느니라. 그런데 너희는 밝고 밝은 것을 오히려 소중히 여기고 있지는 않느냐?”
그 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이미 밝고 밝음에도 머물지 않는다 하셨는데, 스님은 무엇을 소중히 여기십니까?”
조주스님이 말하였다.
“나도 모른다.”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 이미 모른다 하셨으면 어째서 밝고 밝음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하셨습니까?”
조주스님은 말하였다.
“제법 따지는 재주는 있었구나. 절이나 하고 물러가거라.”
<송>-------------------------------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나니
말도 맞고 글도 맞네
하나 속에 수많은 뜻 다 들었으니
둘이라고 두 개 만은 아니라네
하늘에는 해가 뜨고 달이 저물고
난간 앞에 산은 깊고 물은 차구나
해골처럼 앎이 다해 기쁨인들 서리만
마른 나무 용의 노래 덜 말랐구나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어라
간택 명백 네 스스로 살펴보아라.
-[第2則]至道無難 -
<垂示> 垂示云. 乾坤窄. 日月星辰一時黑. 直饒棒如雨點. 喝似雷奔. 也未當得向上宗乘中事. 設使三世諸佛. 只可自知. 歷代祖師全提不起. 一大藏敎詮注不及. 明眼衲僧自救不了. 到這裏. 作麽生請益. 道箇佛字. 拖泥帶水. 道箇禪字. 滿面慚惶. 久參上士不待言之. 後學初機直須究取.
<本則> 擧. 趙州示衆云. 至道無難. 唯嫌揀擇. 纔有語言. 是揀擇是明白. 老僧不在明白裏. 是汝還護惜也無. 時有僧問. 旣不在明白裏. 護惜箇什麽. 州云. 我亦不知. 僧云. 和尙旣不知. 爲什麽. 卻道不在明白裏. 州云. 問事卽得. 禮拜了退.
<頌> 至道無難. 言端語端. 一有多種. 二無兩般. 天際日上月下. 檻前山深水寒. 髑髏識盡喜何立. 枯木龍吟銷未乾. 難難. 揀擇明白君自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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