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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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살아 나와서 죽어 들어간다
- 한비자 제20편 해노[13]-
사람은 출생으로 시작하여 사망으로 마친다. 그리고 시작을 출(出)이라 하며, 마침을 입(入)이라 한다. 그래서 노자는 「살아 나와서 죽어 들어간다(노자 제50장)」고 했다. 인간의 신체는 360개의 골절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4지(肢)와 9공(孔)을 합친 13기관이 중요하다. 이 13기관의 동정(動靜)은 삶에 속(屬)해 있다. 속(屬)을 도(徒;부속하는 것)라 한다. 그래서 노자는 「삶의 도는 13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면 13기관은 본대로 돌아가 죽음에 속하게 된다. 죽음의 도(徒)도 13 있다. 그래서 노자는 「삶의 도는 13 있고, 죽음의 도도 13 있다(노자 제50장)」고 한 것이다. 사람은 살아서 생활하며 활동한다. 활동하면 상처가 난다. 상처가 거듭 나면 생명력이 감소된다. 생명력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를 죽음이라 한다. 그리하여 생활력의 근본이 되는 13의 기관은 동시에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노자는 「사람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모두가 죽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이것도 13의 기관이 근본이 된다(노자 제50장)」고 한 것이다. 따라서 성인은 정신력을 아끼며 함부로 소모하지 않고, 허정(虛靜)을 소중히 여기며 서둘러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신을 아끼지 않고, 허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들소나 호랑이의 피해보다 더 큰 것이다. 들소나 호랑이는 출몰하는 일정한 지역이 있으며, 활동과 휴식에도 일정한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 그 지역을 피하며 그 때를 살피게 되면 맹수로부터의 피해를 면할 수 있다. 그런데 민중은 들소나 호랑이에게는 무서운 발톱이나 뿔이 있는 것은 알고 경계하면서도 모든 만물에도 발톱이나 뿔이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으니, 그 피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
폭우가 쏟아질 때 사람 없는 광야에 방황하며 새벽녘과 해질녘을 가리지 않고 산천을 뛰어다니면, 바람이나 이슬의 발톱과 뿔에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군주를 섬기되 불충실하며 함부로 금령을 범하게 되면 형벌의 발톱과 뿔에 의해서 피해를 입는다. 고향에 묵고 있으면서 몸조심을 하지 않고 애증이 지나치면 싸움의 발톱과 뿔에 의해서 피해를 입을 것이다. 관능적인 욕망을 한없이 충족하여 동정이 불규칙적인 것이 되면 질병의 발톱과 뿔에 의해 피해를 입을 것이다. 즐겨 작은 지혜를 내세우며 도리에서 일탈하면 그물처럼 일체의 것을 포획하는 형벌의 발톱과 뿔로부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들소나 호랑이는 출몰하는 지역이 있으며, 만물의 피해에는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을 피하며 그 원인을 봉쇄하면 그 피해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무기와 갑주는 원래 신체에 해를 가해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는 전쟁 중에도 흥분하여 다툴 마음이 일지 않는다. 흥분하여 다투지 않으면 그러한 무기나 갑주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비단 야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먼저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으면 상대도 해치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리하여 서로가 경계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노자는 「성인은 뭍을 다녀도 들소나 호랑이를 만나지 않는다(노자 제50장)」고 한 것이다. 또 전쟁터에 있어서도 무기를 믿고 해를 막지 않으니 「전쟁터에 있어서도 무기와 갑주를 갖추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모든 해를 피하기 때문에 노자는 「들소는 성인에게 그 뿔을 들이대지 않으며, 호랑이도 발톱으로 할퀴려 들지 않고, 병사도 칼로 찌르려 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와 같이 이 편에서 상대방을 해칠 마음이 없으니 방비를 하지 않아도 해를 입지 않는 것이 천지의 도리인 것이다. 성인은 이 천지의 도리를 터득하고 있다. 그래서 노자는 「죽음이 달려들 틈이 없다(노자 제50장)」고 한 것이다. 어떠한 행동을 할지라도 죽음이 달려들 틈을 주지 않게 될 정도로 섭생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 韓非子 第20篇 解老[13]-
人始於生而卒於死. 始之謂出, 卒之謂入. 故曰:「出生入死」. 人之身三百六十節, 四肢·九竅, 其大具也. 四肢與九竅, 十有三者, 十有三者之動靜, 盡屬於生焉. 屬之謂徒也, 故曰:「生之徒也十有三者. 至其死也, 十有三具者, 皆還而屬之於死, 死之徒亦有十三.」 故曰:「生之徒十有三, 死之徒十有三;凡民之生生而生者固動, 動盡則損也, 而動不止, 是損而不止也. 損而不止, 則生盡. 生盡之謂死, 則十有三具者, 皆爲死死地也. 故曰:民之生, 生而動, 動皆之死地, 亦十有三.」
是以聖人愛精神而貴處靜, 此甚大於兕虎之害. 夫兕虎有域, 動靜有時. 避其域, 省其時, 則免其兕虎之害矣. 民獨知兕虎之有爪角也, 而莫知萬物之盡有爪角也, 不免於萬物之害. 何以論之? 時雨降集, 曠野間靜, 而以昏晨犯山川, 則風露之爪角害之. 事上不忠, 輕犯禁令, 則刑法之爪角害之. 處鄕不節, 憎愛無度, 則爭鬪之爪角害之. 嗜慾無限, 動靜不節, 則痤疽之爪角害之. 好用其私智而棄道理, 則網羅之爪角害之. 兕虎有域, 而萬害有原, 避其域, 塞其原, 則免於諸害矣. 凡兵革者, 所以備害也. 重生者, 雖入軍無忿爭之心;無忿爭之心, 則無所用救害之備. 此非獨謂野處之軍也. 聖人之遊世也, 無害人之心, 無害人之心, 則必無人害;無人害, 則不備人. 故曰陸行不遇兕虎, 入山不恃備以救害, 故曰入軍不備甲兵, 遠諸害, 故曰:「兕無所投其角, 虎無所錯其爪, 兵無所容其刃.」 不設備而必無害, 天地之道理也. 體天地之道, 故曰:「無死地焉.」 動無死地, 而謂之善攝生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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