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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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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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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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방주方舟

 

봄이면 묵은 다랑이에 물을 가두고

논마다의 개구리 알을 떠다

올챙이로 정성스레 기르는 형은

논갈이에 묻히는 올챙이가

알인 채 먹히는 개구리가 안됐단다.

 

그 논에서 자란 개구리들이

요리 팔딱 조리 팔딱 어린것들이

논을 나와 나름의 삶을 꾸리며

개골개골 제철을 우는 밤이면

잠을 설치는 한때의 기쁨도

겨울이면 인간의 부질없는 부지런에

냄비에서 고추장과 삶아진다.

 

옛날이야기 속 어떤 선비는

마른 웅덩이의 올챙이들 살려주고

요술 냄비를 얻었다는데

요즘의 산골 총각 걱정 많은 형은

엄동에 얼어붙은 개울 뒤지며

개구리 피난에 손이 시리다.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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