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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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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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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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짓는 집은 네모였다가 반구였다가 세모가 되었다.

다락방에서 별도 달도 구름도 보고, 멧돼지, 고라니에 장끼도 본다.

비 내리고 눈 내리면 고콜 같은 난로에 솔거럭, 솔방울, 광솔도 피운다.

얼음장 밑에 돌돌거리는 물소리와 알고 모르는 새소리도 듣는다.

아직 남의 땅을 마음대로 깎기도 하고 쌓기도 하고 파기도 한다.

무너진 개울둑을 쌓고, 메워진 샘도 트고, 새 못도 판다.

물 따라 고동과 중태기, 우렁과 미꾸리를 키우고, 햇볕 따라 엄나무, 두릅나무, 오가피를 심고 빼놓지 않고 참죽나무도 심는다.

머위는 멋대로 자라라 두고 부추에 둥굴레, 더덕에 도라지도 심는다.

옛날처럼 진달래 동산을 만들고, 서운할 테니 복숭아꽃 살구꽃 매화꽃도 피운다.

철따라 안주가 푸짐하니, 막걸리는 사야 하나 담가야 하나?

상상도 무게가 있다면 밤마다 눈을 감고 잠을 뽀개 지은 집이 켜켜이 쌓여 내일 아침 고향 산골짝에 그럴싸한 오두막 한 채가 서 있겠다.

새벽잠 없으신 망백望百이 넘으신 엄니가 조자룡 창 다루듯 지팡이로 탁탁 묵은 밭의 풀을 매시다, 굽은 다리로 엉거주춤 발견하시고는 “얼래, 누가 저기다 집을 졌댜?” 올빼미 술탁각 형을 불러대시겠다.

그 오두막에 구수한 아침밥 냄새가 퍼지면, 나는 “엄니 진지 잡슈~” 하고, 엄니는 “그랴~” 하고 수저를 드시면 나도 흐뭇하게 수저를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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