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
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반응형
늦가을 배추밭
서리의 침습으로
천지가 붉게 누렇게 물들었다.
마지막 힘을 쓰는 가을 물도
붉게붉게 만 리를 흐른다.
산골짝 비탈 밭 배추들만이
전쟁을 앞둔 병사들처럼
시퍼렇게 도열해 있다.
머지않아 이들 대부분은
소금에 절여지고 고춧가루 범벅이 되어
시뻘겋게 축 늘어져 차곡차곡 쟁여질 것이다.
그리고 겨우내
이 집 저 집 밥상에 오를 것이다.
아, 누가 저들의 살고 죽음에 대해 말하랴
늦가을 배추밭은 장엄도하다
- 안상길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