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
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진정한 도움은 어떤 것인가
- 한비자 제36편 논난(1) [7] -
미계의 싸움에서의 일이다. 진나라의 한헌자가 어떤 자의 목을 자르려고 하였다. 극헌자가 이 말을 듣자 마차로 달려와서 구제하려고 하였다. 도착했을 때는 목을 자른 다음이었다. 그래서 극헌자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처형했다는 사실을 포고하지 않았는가.”
극헌자의 몸종이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
“어찌하여 죽기 전에 구제하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극헌자가 말하였다.
“나는 한헌자와 함께 비난을 당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극헌자의 말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헌자에 대한 비난을 함께 나누어 부담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한헌자가 죽인 자가 만일 죄인이었다고 하면 구제할 길이 없다. 죄인을 구제한다는 것은 법을 일탈하는 행위이다. 법이 문란해지면 나라도 문란해진다. 만일 죄인이 아니었다고 하면 그 처형을 널리 알려서는 안 된다. 그 처형을 알리라고 말한 것은 무실(無實)의 죄를 하나 더 겹치게 된다. 무실의 죄가 겹치게 되면 백성은 원망한다. 백성이 원망하면 나라가 위험해진다. 극헌자의 말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거나 나라를 문란하게 하는 일이 되므로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 한헌자가 목을 벤 사람이 만일 죄인이었다고 하면, 극헌자는 어찌하여 비난을 함께 부담하겠다는 것인가. 또 만일 목을 잘린 자가 죄인이 아니었다고 하면, 이미 자른 뒤에 극헌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것은 한헌자에 대한 비난이 성립한 뒤에 극헌자가 늦게서야 나타난 셈이 된다. 극헌자가 「그 처형을 포고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사람을 잘못 처단했다는 비난을 함께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잘못 처단했다는 것을 포고했다는 비난을 새로이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비난을 함께 분담할 수 없는 것이다.
옛날 주왕은 화형을 새로이 만들었는데, 당시 중신인 숭후와 오래는 겨울에 물을 건너는 자의 정강이는 추위를 견디는 힘이 있다하여 그것을 시험해 보기 위해 정강이를 자르라고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주왕에 대한 비난을 함께 분담할 수 있을 것인가.
더욱이 백성이 상부에 대해서 거는 기대는 비상한 것이다. 만일, 한헌자가 공정한 처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극헌자가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하였다. 그런데 극헌자도 한헌자와 마찬가지로 기대에 어긋났다면 백성은 상부에 대해서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극헌자의 알려 달라고 한 말은, 비난을 함께 당하자는 데 있을 수 없고, 오히려 결과적으로 비난을 증가시키는 것이 된다.
또 극헌자가 나가서 죄인을 구제하려고 한 것은 한헌자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가리지 않고, 처단한 바를 포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는 것은 한헌자에게 그 과실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하고 말았다. 도대체 백성에게 상부에 대한 절망을 주고, 또 한헌자에게 그 과실을 인식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하면, 극헌자가 한헌자에 대한 비난을 함께 당하자고 한 그 이유를 우리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 韓非子 第36篇 論難(一) [7] -
靡笄之役, 韓獻子將斬人. 郤獻子聞之, 駕往救之. 比至, 則已斬之矣. 郤子因曰:「胡不以徇?」 其僕曰:「曩不將救之乎?」 郤子曰:「吾敢不分謗乎?」
或曰:郤子言, 不可不察也, 非分謗也. 韓子之所斬也, 若罪人, 則不可救, 救罪人, 法之所以敗也, 法敗, 則國亂;若非罪人, 則勸之以徇, 勸之以徇, 是重不辜也, 重不辜, 民所以起怨者也, 民怨, 則國危. 郤子之言, 非危則亂, 不可不察也. 且韓子之所斬若罪人, 郤子奚分焉? 斬若非罪人, 則已斬之矣, 而郤子乃至, 是韓子之謗已成而郤子且後至也. 夫郤子曰 「以徇」, 不足以分斬人之謗, 而又生徇之謗, 是子言分謗也? 昔者紂爲炮烙, 崇侯, 惡來又曰. 斬涉者之脛也, 奚分於紂之謗? 且民之望於上也甚矣, 韓子弗得, 且望郤子之得之也;今郤子俱弗得, 則民絶望於上矣. 故曰:郤子之言非分謗也, 益謗也. 且郤子之往救罪也, 以韓子爲非也;不道其所以爲非, 而勸之 「以徇」, 是使韓子不知其過也. 夫下使民望絶於上, 又使韓子不知其失, 吾未得郤子之所以分謗者也.
'옛글[古典]산책 > 한비자[韓非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러내지 말아라/한비자/논난/ (0) | 2020.08.31 |
---|---|
실수를 덮으려 은혜를 베풀지 마라/한비자/논난/ (0) | 2020.08.31 |
형벌은 다소(多少)가 아닌 당부(當否)가 중요하다/한비자/논난/ (0) | 2020.08.31 |
사람은 쓰기 나름이다/한비자/논난/ (0) | 2020.08.31 |
법의 집행에는 신분이 필요 없다/한비자/논난/ (0) | 2020.08.31 |
인의는 예의와 질서 안에서 존재한다/한비자/논난/ (0) | 2020.08.31 |
충언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한비자/논난/ (0) | 2020.08.31 |
상과 벌은 냉정해야 한다/한비자/논난/ (0) | 2020.08.31 |
군신관계는 타산관계이다/한비자/논난/ (0) | 2020.08.30 |
모순(矛盾), 몸으로 다스리지 마라/한비자/논난/ (0) | 2020.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