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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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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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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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女吟[빈녀음] 가난한 처녀의 노래

 

- 許蘭雪軒[허난설헌] -

 

豈是乏容色[기시핍용색] 남보다 인물도 빠질 것 없고

工鍼復工織[공침복공직] 바느질 길쌈 솜씨 다 좋건만

少小長寒門[소소장한문] 가난한 집안에 나고 자라서

良媒不相識[양매불상식] 좋은 중매쟁이 알지 못하네

 

不帶寒餓色[부대한아색] 춥고 굶주려도 내색치 않고

盡日當窓織[진일당창직] 온종일 창가에서 길쌈을 하네

唯有父母憐[유유부모련] 오직 부모만이 가엾이 여기니

四隣何會識[사린하회식] 이웃이야 어찌 내 속을 알랴

 

夜久織未休[야구직미휴] 밤늦도록 쉼 없이 길쌈하나니

戞戞鳴寒機[알알명한기] 딸각딸각 쓸쓸한 베틀의 울림

機中一匹練[기중일필련] 베틀에 짜여가는 한필의 명주

終作阿誰衣[종작아수의] 다 되면 누구의 옷이 될 건가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쇠로 만든 가위를 손에 잡으니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밤 추위에 열 손가락 곱아오네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남을 위해 시집갈 옷 지어주고

年年還獨宿[년년환독숙] 해가 또 바뀌어도 홀로 잔다네

 

<貧女吟빈녀음 / 가난한 처녀의 노래 / 許楚姬허초희 : 蘭雪軒集난설헌집>

 

전체 4수로 이루어진 연작시인데 난설헌시집(蘭雪軒詩集)에는 두 번째 수가 보이지 않는다.


허초희[許楚姬] 본관은 양천(陽川), 호는 난설헌(蘭雪軒), 자는 경번당(景樊堂)이다. 허엽(許曄)이 아버지이고, 허봉(許篈)의 동생이며, 허균(許筠)의 누이이다. 이달(李達)에게 시를 배웠다. 선조 10(1577) 15세의 나이에 김성립(金誠立)과 결혼하였으나 생활이 원만하지 못했다. 연이어 딸과 아들을 모두 잃고 오빠 허봉이 귀양을 가는 등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시작(詩作)으로 달랬다. 선조 22(1589) 27세로 요절한 후 동생 허균이 작품 일부를 명나라 시인 주지번(朱之蕃)에게 주어 중국에서 시집 난설헌집(蘭雪軒集)이 간행되었고 1711년 일본에서도 간행되었다.

기시[豈是] 그래 란 말인가? 그래 한다는 말인가?

용색[容色] 용모(容貌)와 안색(顔色)을 아울러 이르는 말.

길쌈 : 부녀자들이 가정에서 베·모시·명주·무명의 직물을 짜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말.

소소[少小] 젊은 시절. 나이가 젊음. 또는 그런 사람. 젊은 사람이나 어린아이를 일컫는다.

한문[寒門] 구차(苟且)하고 문벌(門閥)이 없는 집안. 가난하고 문벌이 없는 집안.

양매[良媒] 좋은 중매. 옛날 중국에서는 반드시 중매인을 통하여 혼사를 정하는 것이 예의였다. 시경(詩經) 제풍(齊風남산(南山)장가를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매가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지[取妻如之何, 匪媒不得]”라고 하였다.

상식[相識] 서로 안면(顔面)이 있음. 서로 알다. 아는 사람.

알알[戞戞] 사물(事物)이 서로 어긋나고 맞지 않는 모양. 딱딱한 물건(物件)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딸각딸각. 달가닥달가닥. 짤깍짤깍.

아수[阿誰] ()는 친밀감을 나타내는 어조사. 누구. 어떤 사람.

가의[嫁衣] 여자의 혼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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