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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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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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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鷓鴣天[자고천] 題趙次山魚樂堂[제조차산어락당] 자고천. 어락당에서 쓰다

 

- 戴復古[대복고] -

 

圉圉洋洋各自由[어어양양각자유] 빌빌대든 팔팔하든 제 나름 자유로이

或行或舞或沈浮[혹행혹무혹침부] 가거나 혹 춤추거나 잠기거나 뜨거나

觀魚未必知魚樂[관어미필지어락] 물고기 구경으로 물고기의 낙을 아랴

政恐淸波照白頭[정공청파조백두] 맑은 물에 흰머리만 비쳐질까 두렵네

休結網,  莫垂鉤[휴결망, 막수조] 그물 짜기 그치고, 낚시질도 말아야지

機心一露使魚愁[기심일로사어수] 기심 한번 드러내면 물고기 시름하니

終知不是池中物[종지불시지중물] 못 살이 맞는 신세 아님을 알게 되면

掉尾江湖汗漫游[도미강호한만유] 꼬리 치며 강호를 마음대로 노닐리라



대복고[戴復古] 남송(南宋) 천태(天台) 황암(黃巖: 저장浙江 태주台州) 사람이다. 강호시파(江湖詩派)의 시인(詩人)이자 사인(詞人)으로 자는 식지(式之), 호는 석병(石屛)이다. 어려서 고아가 되어 배우지 못하다가 장성하여 독서에 분발하였다. 평생 벼슬하지 않고 강호를 떠돌며 산수를 즐기고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강남의 산봉우리와 물가를 두루 다녔는데 스스로 사해를 미친 듯 유람하며 줄곧 집을 잊었다[狂游四海, 一向忘家.]’고 하였다. 그는 공명이 반드시 농어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다[功名未必勝蘆魚]’라고 여겼으며, 천성이 자유롭고 방달(放達)하였다. 일찍이 임경사(林景思)와 교유하였고, 육유(陸游)에게 시를 배웠으며, 강서시파(江西詩派)와 만당(晩唐)의 시풍에 영향을 받았다. 강호(江湖)의 시인으로 이름을 떨쳤고 자기의 작시(作詩) 태도와 방법을 읊은 7언절구 10수를 남겼는데, 이를 논시십절(論詩十絶)이라 한다. 그로 인하여 원호문(元好問)과 함께, 두보(杜甫)의 논시(論詩)를 이은 양대지맥(兩大支脈)을 형성하였다. 만년에는 고향 석병산(石屛山)에 돌아가 은거하며 여든을 넘길 때까지 장수하였다. 작품 경향은 현실주의 색채가 강하며, 지배층의 모순을 고발한 작품도 있다. 저서에 석병신어(石屛新語)와 석병시집(石屛詩集), 석병사(石屛詞)가 있다.

자고천[鷓鴣天] 자고천(鷓鴣天)은 사패명(詞牌名)으로 사가객(思佳客), 사월인(思越人)이라고도 하며, 본래 오래전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 심정을 노래한 것으로 쌍조(雙調) 55이다. 곡패명(曲牌名)이기도 한데 자구와 격률은 모두 사패(詞牌)와 같다. 자고천(鷓鴣天)의 제명(題名)으로 소식(蘇軾), 안기도(晏幾道), 신기질(辛棄疾), 육유(陸游) 등이 사를 지었다.

[] 마치. ()()과 통하고 ()의 뜻을 갖는다.

어어[圉圉]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나 형편. 피로하여 파리한 모양. 피로하여 펴지 못하는 모양. 물고기가 물이 조금 있는 곳에 갇혀 파닥거리는 모양. 몸이 괴로워서 어릿어릿하는 모양.

양양[洋洋] 매우 즐거워하는 모양. 쇠약해진 몸에 생기가 다시 불끈 솟아오르는 모양. 생기를 타서 약간 활발해진 것.

어어양양[圉圉洋洋] 어어(圉圉)는 물고기가 몸이 괴로워서 힘들어하는 모양을 가리키고, 양양(洋洋)은 물고기가 생기를 띠고 꼬리를 흔드는 모양을 가리킨다. 춘추 시대 정() 나라 자산(子産)에게 누가 산 고기[生魚]를 선사했을 때 자산이 교인(校人)을 시켜 못에 놓아주라고 하자, 교인이 삶아 먹고는 복명하기를 처음 놓아주었을 때는 지쳐서 펴지를 못하다가, 잠시 뒤에는 조금 활발해져서 유연히 가더이다[始舍之圉圉焉 少則洋洋焉 攸然而逝]”라고 하니, 자산이 말하기를 제 살 곳을 얻었구나, 제 살 곳을 얻었어[得其所哉 得其所哉]”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孟子 萬章上>

자유[自由] 자기(自己)가 뜻하는 대로 함. 마음내키는 대로 함.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 소극적으로는 외부의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하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본성을 좇아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하는 말이다.

미필[未必] 반드시 ~한 것은 아니다. ~하다고 할 수 없다.

관어[觀魚] 고기잡는 것을 구경하거나 물고기를 보고 즐기는 일. 오락의 일종으로 고려시대에는 관어를 위한 관어대(觀魚臺)가 있었다. 관어의 유래는 중국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은공(隱公) 5년조에 “5년 봄에 은공은 상()에서 고기잡는 연장을 갖추고 고기잡이를 구경하였다[五年春 公矢魚于裳者]······ 5년 봄에 은공은 도읍을 떠나 멀리 상에까지 나가서 낚시질하는 것을 구경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장희백이 간언하였다[五年 春 公將如裳觀魚者 臧僖伯諫曰]”는 구절이 나온다.

관어[觀魚] 물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다. 춘추(春秋) 은공(隱公) 5년 조의 경문(經文)은공이 당에서 물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였다[公觀魚于棠]”라고 하였는데, ()는 어()의 뜻이다. 곧 물고기 잡는 기구(器具)를 진열해놓고 구경하고서, 이어 어부(漁夫)들이 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려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장희백(臧僖伯)이 충간한 말을 소개한 다음에 공이 당에서 물고기 잡는 것을 구경했다고 경문에 쓴 것은 예에 어긋났기 때문이요, 또 거리가 멀어서 군주가 갈 곳이 못 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書曰公觀魚于棠 非禮也 且言遠地也]”라고 비평하였다.

지어락[知魚樂]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장자가 혜자(惠子)와 함께 호상(濠上)에서 노닐 때 피라미가 조용히 물 위로 나와 노는 것을 보고 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의 낙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子非魚 安知魚之樂]”라고 물고기의 낙에 대하여 혜시(惠施)가 장자(莊子)에게 반박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락[魚樂] 장자(莊子)가 친구인 혜자(惠子: 혜시惠施)와 함께 호량(濠梁: 호수의 다리)을 거닐다가 피라미가 한가롭게 노니는 것을 보고 피라미가 나와서 조용히 노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일세[鯈魚出游從容 是魚樂也]”라고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의 즐거움을 어떻게 알겠는가[子非魚 安知魚之樂也]”라고 서로 반박하면서 벌어지는 호량의 토론이 장자(莊子) 추수(秋水) 맨 마지막에 나온다.

기심[機心] 교묘한 방법으로 남을 속이려고 하는 마음. 교사(巧詐)하는 마음. 꾸미고 속이는 마음으로, 기심이 하나도 없는 어떤 사람에게 갈매기가 수도 없이 날아와 함께 노닐었다는 구로망기(鷗鷺忘機)’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열자(列子) 황제(黃帝)바닷가에 사는 어떤 사람이 갈매기를 몹시 좋아하여 매일 아침 바닷가로 가서 갈매기와 놀았는데, 날아와서 노는 갈매기가 백 마리도 넘었다. 그의 아버지가 내가 들으니 갈매기들이 모두 너와 함께 논다고 하던데, 네가 그 갈매기를 잡아와라. 나 역시 갈매기를 가지고 놀고 싶다.’라 하였다. 다음날 바닷가로 나가니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기만 하고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海上之人有好漚鳥者, 每旦之海上, 從漚鳥游, 漚鳥之至者百住而不止. 其父曰: 吾聞漚鳥皆從汝游, 汝取來! 吾玩之. 明日之海上, 漚鳥舞而不下也.]”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전에는 갈매기를 어떻게 하겠다는 기심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갈매기들도 무심하게 가까이 한 것이요, 뒤에는 갈매기를 잡겠다는 기심이 있기 때문에 갈매기가 이를 알고 피한 것이다.

기심[機心] 기심은 계교(計較)하는 마음.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기심은 꾀를 부리는 마음을 말한다.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나오는 이야기로, 춘추 시대 공자(孔子)의 제자 자공(子貢)이 초()나라에 노닐고 진()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한수(漢水)의 남쪽을 지나다 보니, 한 노인이 우물을 파서는 항아리를 안고 그 속으로 들어가 물을 퍼서 밭에 붓고 있었다. 이에 자공이 기계가 있다면 하루에 상당히 많은 밭에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힘을 아주 적게 들이고도 그 효과는 클 것입니다. 왜 기계를 쓰지 않으십니까?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기계인데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습니다. 손쉽게 물을 풀 수 있는데 빠르기가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습니다. 그 이름을 용두레[桔槹 용두레]라고 합니다.”라고 하니, 그 노인이 성난 기색을 띠었다가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듣기로는 기계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생기게 되고, 기계를 쓸 일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기계에 대해 마음을 쓸 일이 있게 되고, 기계에 대한 마음 쓰임이 가슴에 차 있으면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고,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면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하게 되고,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는 도가 깃들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기계의 쓰임을 알지 못해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吾聞之吾師, 有機械者心有機事, 有機事者必有機心. 機心存於胸中, 則純白不備. 純白不備, 則神生不定. 神生不定者, 道之所不載也. 吾非不知, 羞而不爲也.]”라고 대답한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불시[不是] ~이 아니다. ~ 아니다. 적합[적당]하지 않다.

지중물[池中物] 하늘로 날지 못하고 못 속에 가라앉은 교룡(蛟龍)이라는 말로, 하는 일 없이 칩거하는 사람, 혹은 남의 밑에 예속된 범용한 인간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삼국 시대 오()나라 주유(周瑜)가 유비(劉備)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교룡이 운우를 얻으면, 끝내 못 속의 물건이 아니게 될까 두렵다[恐蛟龍得雲雨 終非池中物也]”라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三國志 卷54 吳書 周瑜傳>

한만[汗漫] 한만은 본래 신선의 이름인데, 전하여 아득히 멀고 광대한 곳을 뜻한다. 옛날 진()나라 노오(盧敖)가 북해(北海)에서 노닐다가 태음(太陰)을 지나고 현관(玄關)에 들어가 몽곡(蒙穀) 위에 이르러서 한 선비를 보았다. 그 모습이 눈은 움푹하고 수염은 검고 기러기의 목에 솔개의 어깨였다. 그와 벗하려 하자 그가 웃으며 나는 남쪽으로 망랑(岡㝗)의 들판에서 노닐고 북쪽으로 침묵(沉墨)의 고을에서 쉬며 서쪽으로 요명(窅冥)의 마을을 다 다니고 동쪽으로 홍몽(鴻蒙)의 앞을 꿰뚫고 구해(九垓)의 밖에서 한만(汗漫)과 노닐려 하오.”라 하고는 팔을 들고 몸을 솟구쳐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이에 노오가 우러러보며 나를 그대에 비기면 마치 홍곡(鴻鵠)과 양충(壤蟲) 같구려.”라고 하였다. <淮南子 道應訓>

한만[汗漫]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세계. 인간 세상의 밖.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아득하게 먼 곳. 먼 곳까지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을 가리킨다. 옛날에 진()나라 도인(道人) 노오(盧敖)가 일찍이 북해(北海)에서 노닐다가 몽곡(蒙穀) 위에 이르러 선인(仙人)인 약사(若士)를 만나 그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나와 서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겠는가[子殆可與敖爲友乎]”라고 청하자, 약사가 치아를 드러내서 웃으며 이르기를 나는 저 한만과 더불어 구해의 밖에서 노닐기로 기약했으니, 내 여기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吾與汗漫期于九垓之外, 吾不可以久駐.]”라고 하고는 곧바로 구름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참고로 당나라 맹호연(孟浩然)의 시 송원공지악저심관주장참란(送元公之鄂渚尋觀主張驂鸞)틀림없이 신선의 무리일 터이니, 한만한 노닒을 기약해야 하고말고[應是神仙子, 相期汗漫遊.]”라고 하였다. <淮南子 道應訓> <全唐詩 卷160 送元公之鄂渚尋觀主張驂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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