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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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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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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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눈깔 내리깔아

소용없어 눈을 치떠도

단단한 몸뚱아리 몽둥이 같지만

초점 간 눈으로야 무얼 하겠나

장작으로 몇 대 두들겨 맞고

갈가리 찢겨 술병 옆에 놓이면

한 잔의 소주, 크~

안주의 가치로 사라져 버릴 것을

이봐, 눈일랑 차라리 감아버려

자네 혼자서 무얼 하겠나

초점 간 눈으로 무얼 하겠나

오대양 푸른 물이 모두 꿈이야

고추장 바르고 사라져 버릴 거야

그리돼도 나를 야속 탄 말게

멀뚱멀뚱 두 눈 뜨고 먹혀버려도

안주의 가치로는 기억해 주지

소주잔 기울이며 기억해 주지

어차피 고래로는 되지 못할 몸

고래가 되어선 또 무얼 하려나

기쁨, 분노, 슬픔이란

잠깐잠깐 스쳐가는 차창 밖 풍경

입 다물고 내 안으로 들어나 오게

사태 난 비탈 덩굴 칡처럼

얼크러설크러 살아나 보게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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