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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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사람 [杞憂기우]
- 열자;제1편 천서[12]-
옛날 기(杞)나라 땅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자기의 몸 둘 곳이 없을까봐 늘 걱정을 하였다. 너무 걱정을 하다가 먹고 잠자는 것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어떤 사람이 그가 그렇게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여 그를 깨우쳐 주러 가서 말하였다.
“얘기를 들으니, 당신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걱정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하늘은 본래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형체가 없는 기운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어디든지 기운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하늘은 마치 우리가 호흡을 할 때 들이쉬기도 하고 내쉬기도 하는 숨결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종일 이 하늘 가운데에서 걸어다니기도 하고 서 있기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늘은 우리의 몸 안에도 있는 것인데 어찌 하늘이 무너져내릴 것을 걱정하십니까.”
그 걱정 많은 사람이 말하였다.
“하늘이 정말 기운이 쌓여서 된 것이라면 해와 달과 별들이 떨어지지 않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이 말하였다.
“해와 달과 별들은 쌓인 기운 중에 광채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들을 떨어지게 한다 하더라도 역시 무한한 대기 가운데 있으니, 어디에 부딪혀 상할 수가 있겠습니까?”
걱정 많은 사람이 말하였다.
“그러면 땅이 꺼져버리는 것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 사람이 말하였다.
“땅도 여러 덩어리가 쌓여 하나의 큰 흙덩어리가 된 것뿐입니다. 사면이 공허한 가운데 충만하여 흙덩어리가 없는 곳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발로 멀리 걸어가고 그것을 밟고 하더라도 종일 땅 위에서 걷기도 하고 서 있게 되는 것이니, 어찌 그것이 무너질까 걱정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걱정하던 사람은 근심이 풀려 크게 기뻐했고, 깨우쳐 준 사람 역시 남의 걱정을 풀어주게 되어 기뻐하였다.
장려자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하였다.
“비가 온 뒤에 뜨는 무지개라든가, 수증기가 공중으로 올라가서 이루어지는 구름과 안개라든가, 대기의 움직임인 바람과 비라든가, 춘하추동 사계절과 같은 것도 모두 기운이 쌓여서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높은 산악이라든가, 넓은 하천과 바다라든가, 단단한 쇠와 돌이라든가, 나무 같은 것이라든가, 이 모든 것이 땅에서 이루어진 물건이다. 만일 기운이 쌓여 하늘이 이루어진 것을 알고, 흙덩어리가 쌓여 땅이 이루어진 것을 안다면 어떻게 하늘과 땅이 괴멸되지 않는다고 하겠는가?
하늘과 땅은 무한한 허공 가운데 있는 하나의 미세한 물건 가운데서 가장 거대한 것이다. 그것이 무궁무진한 것도 하나의 당연한 이치이다. 그것을 헤아리기도 어렵고 인식하기도 어려운 것 또한 역시 당연한 이치이다.
하늘과 땅이 괴멸할까 걱정하는 사람도 참으로 우매한 생각이고, 하늘과 땅이 괴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역시 옳지 못하다. 하늘과 땅도 본래 괴멸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괴멸하게 되어 무너지고 꺼지는 날에는 어찌 걱정이 되지 않겠는가?”
열자가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하늘과 땅이 괴멸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고, 괴멸되지 않는다는 것도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하늘과 땅이 괴멸될지 안 될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저 하늘과 땅이 괴멸된다 해도 마찬가지이고, 괴멸되지 않는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살아서는 죽을 것을 모르고, 죽어서는 살 것을 모른다. 또 이 세상에 와서는 저 세상으로 갈 줄을 모르고, 저 세상으로 가서는 이 세상으로 올 줄을 모른다.
그러니 하늘과 땅이 괴멸되고 괴멸되지 않는 것과 같은 문제야 내가 무엇을 개의할 것이 있겠는가?”
- 列子;第1篇 天瑞[12]-
杞國有人, 憂天地崩墜, 身亡所寄, 廢寢食者. 又有憂彼之所憂者, 因往曉之, 曰:「天積氣耳, 亡處亡氣. 若屈伸呼吸, 終日在天中行止, 奈何憂崩墜乎?」其人曰:「天果積氣, 日月星宿不當墜邪?」曉之者曰:「日月星宿, 亦積氣中之有光耀者, 只使墜亦不能有中傷.」其人曰:「奈地壞何?」曉者曰:「地積塊耳, 充塞四虛, 亡處亡塊. 若躇步跐蹈, 終日在地上行止, 奈何憂其壞?」其人舍然大喜, 曉之者亦舍然大喜.
長廬子聞而笑曰:「虹蜺也, 云霧也, 風雨也, 四時也, 此積氣之成乎天者也. 山岳也, 河海也; 金石也, 火木也, 此積形之成乎地者也. 知積氣也, 知積塊也, 奚謂不壞? 夫天地空中之一細物有中之最巨者. 難終難窮, 此固然矣; 難測難識, 此固然矣. 憂其壞者, 誠爲大遠; 言其不壞者, 亦爲未是. 天地不得不壞, 則會歸於壞. 遇其壞時, 奚爲不憂哉?」
子列子聞而笑曰:「言天地壞者亦謬, 言天地不壞者亦謬. 壞與不壞, 吾所不能知也. 雖然, 彼一也, 此一也. 故生不知死, 死不知生; 來不知去, 去不知來. 壞與不壞, 吾何容心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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