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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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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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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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酒二十首[其十四]음주2014 / 술 따르는 차례도 잊고

 

- 陶淵明[도연명] -

 

故人賞我趣[고인상아취] 옛 친구들 내 사는 멋 즐기려

挈壺相與至[설호상여지] 술병 들고 어우러져 찾아왔네

班荊坐松下[반형좌송하] 대충 자리 깔고 솔 아래 앉아

數斟已復醉[수짐이부취] 몇 잔 술에 이미 다시 취했네

父老雜亂言[부로잡난언] 노인네들 뒤섞여 마구 떠들고

觴酌失行次[상작실행차] 술 따르는 차례도 잊어버렸네

不覺知有我[불각지유아] 내가 있음조차 알지 못하거늘

安知物爲貴[안지물위귀] 외물 귀히 여길 줄 어찌 알랴

悠悠迷所留[유유미소류] 연연하는 마음 아득 멀어지니

酒中有深味[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뜻 담겨 있구나

 

幷序병서 : 나는 한가롭게 살아 기뻐할 일이 적은데다 근래에는 밤마저 길어지는 차에, 우연찮게 좋은 술을 얻게 되어 저녁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이 없다. 그림자를 돌아보며 홀로 잔을 비우고 홀연히 취하곤 하는데, 취한 후에는 언제나 시 몇 구를 적어 스스로 즐겼다. 붓으로 종이에 적은 것이 꽤 되어, 말에 조리도 두서도 없지만 애오라지 친구에게 쓰게 하여 이로써 즐거운 웃음거리로 삼고자 한다[余閒居寡歡, 兼比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飮酒二十首 幷序>

 


도연명[陶淵明] 도잠(陶潛). 동진(東晉) 말기부터 남조(南朝) (:유송劉宋) 초기 사람이다. 시인이자 문학가로 청신하고 자연스러운 시문으로 시명을 얻었다. 강주(江州) 심양(尋陽) 시상(柴桑)에서 태어났다. 자는 원량(元亮)이다. ()나라에 와서 이름을 잠()으로 바꾸었다. 일설에는 연명(淵明)이 그의 자()라고도 한다. 증조부 도간(陶侃)은 동진(東晉)의 개국공신으로 관직이 대사마에 이르렀으며, 조부 도무(陶茂)와 부친 도일(陶逸)도 태수를 지냈다. 29세 때에 벼슬길에 올라 주()의 좨주(祭酒)가 되었지만, 얼마 안 가서 사임하였다. 그 후 생활을 위하여 진군참군(鎭軍參軍건위참군(建衛參軍)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항상 전원생활을 동경한 그는 팽택현령(彭澤縣令)이 되었으나 80여 일 만에 벼슬을 버리고, 41세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전원으로 돌아와 문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고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하였다. 고향에 은거한 뒤에 다시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63세에 세상을 떴다. 그의 사후에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그에게 정절선생(靖節先生}이란 시호를 주어 불렀다. ()나라 종영(鍾嶸)의 시품(詩品)고금의 은일시인 가운데 첫머리[古今隱逸詩人之宗]”라 평가했을 만큼 그의 시풍이 중국문학사에 남긴 영향이 매우 크다. 주요 작품으로 음주(飮酒귀원전거(歸園田居도화원기(桃花源記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귀거래사(歸去來辭) 등이 있다. 도연명이 직접 지은 만사는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에 의만가사(擬挽歌辭)라는 제목으로 3수가 실려 있다.

고인[故人] 사귄 지 꽤 오랜 친구. 옛 친구. 오랜 친구. 죽은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설호[挈壺] 술병을 들다. 들고 다니기에 편하게 만들어진 병()의 일종.

상여[相與] 사귀다. 사이가 좋다. 서로. 어울리는 사람.

반형[班荊] 관목[]을 깔고 앉는다는 뜻으로, 벗들끼리 반가이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양공(襄公) 26년 조에 ()나라 오거가 정()나라로 도망갔다가 다시 진()나라로 도망가던 도중, 그의 친구인 채나라의 성자 또한 진나라로 가던 길에 정나라의 교외에서 둘이 서로 만나 자형나무를 깔고 앉아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오거의 초나라 복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伍擧奔鄭 將遂奔晉 聲子將如晉 遇之於鄭郊 班荊相與食 而言復故]”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자형나무를 깔고 앉았다는 것은 곧 친구 간에 길에서 서로 만나 함께 앉아서 회포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반형도고(班荊道故).

반형도고[班荊道故] 형초를 깔고 앉아 옛일을 이야기한다는 뜻으로, 옛 친구를 만나 정을 나누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춘추 시대 초()나라의 오거(伍擧)와 채()나라의 성자(聲子)는 친분이 두터웠다. 오거의 아내는 죄를 짓고 달아난 왕자모(王子牟)의 딸인데 사위인 오거가 왕자모를 빼내어 다른 곳으로 보냈다는 소문이 퍼져 오거는 진()나라로 피신을 떠나야 했다. 오거가 길을 떠나 진나라로 가는 도중에 친구인 성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성자와 오거는 풀밭에 앉아서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돌아갈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班荊相與食 而言復故] 그래서 오거는 성자의 도움을 받아서 초나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여기에서 고사성어 반형도고(班荊道故)’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春秋左氏傳 襄公26>

부로[父老] 동네에서 나이가 많은 남자 어른을 높여 이르는 말. 어르신. 노인장.

행차[行次] 웃어른이 길 가는 것을 높이어 일컫는 말. 나이나 지위, 신분 따위가 높은 사람이 길을 감. 또는 그때 이루는 대열.

유유[悠悠] 근심하는 모양. 허공에 떠 있는 모양. 열자(列子) 양주(楊朱)공리심(功利心)에 들뜬 사람들은 자기의 이름만을 내기 위해 여념이 없다[悠悠者趨名不已.]”라고 하였다.

유유[悠悠] 아득히 먼 모양. 생각하는 모양. 가는 모양. 한가한 모양. 아득하여 끝이 없는 모양. 걱정하는 모양. 때가 오랜 모양. 침착하고 여유가 있는 모양. 많은 모양. 길다. 장구하다. 아득히 멀다. 요원하다. 느긋하다. 유유하다. 여유 있다.

심미[深味] 깊은 맛. 깊은 의미. 깊이 맛보다. 깊이 느끼다. 자세히 음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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