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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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의 선왕(宣王)에게는 소해휼(昭奚恤)이라고 하는 총애하는 장군이 있었다. 사실 그는 뛰어난 지략을 갖추지도, 그렇다고 용맹을 갖추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북방 사람들은 소해휼을 무척이나 두려워했다. 선왕은 늘 그것이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하루는 선왕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듣자하니, 위나라를 비롯하여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우리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이때, 위나라 출신인 강을(江乙)이란 변사가 초나라 선왕 밑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왕족이자 명재상으로 명망 높은 소해휼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강을은 이야말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얼른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번은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교활한 여우가 호랑이에게 말하기를 ‘나는 천제(天帝)의 명을 받고 내려온 사자(使者)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나를 백수의 왕으로 정하신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니 천벌을 받게 될 거다. 만약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하나도 없을 테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여우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랬더니 과연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습니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따라오고 있던 호랑이였습니다. 그런데도 호랑이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일개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초나라의 병력, 곧 임금님의 강한 군사력입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란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다른 짐승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가호위(假虎威), 가호위호(假虎威狐)라고도 한다. 권위를 빌려 남을 등쳐먹는 행위를 일삼는 것을 비유하여 사용된다.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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