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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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조(趙)나라가 진(秦)나라의 공격을 받게 되자, 공자(公子) 평원군이 구원을 청하기 위해 초(楚)나라에 사자로 가게 되었다. 평원군은 자기의 식객 20명을 거느리고 초나라로 떠났다. 초나라에 도착한 평원군은 동맹을 맺기 위해 고열왕(考烈王)과 회담하였으나 쉽게 결말이 나지 않았다.
그때 평원군의 수행원 가운데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섬돌 아래에서 회담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말이 겉돌고 결말이 나지 않자 마침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계단을 뛰어올라가 칼자루를 움켜쥔 채 초나라의 고열왕에게 과격한 말로 면박을 주었다.
“양국 합종(合縱)의 이해는 단 한마디로 그칠 것이오. 그런데도 아침부터 낮까지 아직 결정을 보지 못하다니 이게 무슨 짓이오!”
“무례하다! 나는 지금 너의 주군과 이야기 중이다!”
고열왕이 화가 나서 큰 소리쳤지만, 모수는 조금도 꺾이지 않고 말했다.
“지금 왕이 나를 꾸짖으시는 것도 초나라의 강한 군대를 믿고서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왕의 목숨은 제 손아귀에 있습니다. 초나라의 군대를 의지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왕을 협박한 모수는 이어 모든 상황을 설명하였다.
마침내 모수의 설득에 꺾인 초나라의 왕이 이렇게 말했다.
“정말 선생의 말씀대로요. 거국적으로 따르겠소.”
모수는 혈맹(血盟)을 위해 닭과 개, 말의 피를 가져오게 하였다. 먼저 초나라의 고열왕과 평원군에게 마시게 한 다음, 자기도 마셨다. 그리고는 섬돌 아래에 대기하고 있던 평원군의 19명의 수행원들을 손짓으로 불러 그 피를 마시게 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그대들은 정말 쓸모가 없소. 남의 엉덩이에 달라붙어서 일을 하겠다는 패거리란 그대들을 두고 하는 말이오.[公等碌碌 所謂因人成事者也]”
조나라를 출발할 때 자천(自薦)한 모수를 두고 다른 19명이 조소한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었다.
큰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한 평원군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인물의 감정 따위는 하지 않겠다. 평소에 천하의 인물을 잘못 보는 일은 없다고 자만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모선생을 잘못 보았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선생은 초나라에 가서 우리 조나라를 천하의 귀중한 보배(九鼎大呂)보다도 더 귀중하게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모수를 최상급의 식객으로 대우했다.
사기(史記) 열전편(列傳篇) 평원군(平原君) 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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