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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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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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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打麥行[타맥행] 보리타작

 

- 丁若鏞[정약용] -

 

新篘濁酒如湩白[신추탁주여동백] 새로 거른 막걸리는 젖빛처럼 뿌옇고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큰 사발에 보리밥 많이도 퍼 한 자라

飯罷取耞登場立[반파취가등장립] 밥 먹고 나 도리깨 들고 마당에 서니

雙肩漆澤翻日赤[쌍견칠택번일적] 검붉은 두 어깨가 햇볕아래 번들번들

呼邪作聲擧趾齊[호야작성거지제] 허이야 한소리에 발 구르며 내리치니

須臾麥穗都狼藉[수유맥수도낭자] 잠깐 사이 보리이삭 수북하니 널리네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주고받는 잡가소리 점점 더 높아가고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보이느니 지붕까지 튀어 오르는 보리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락막락] 그 모습 보노라니 즐겁기들 그지없어

了不以心爲形役[료불이심위형역] 물질에 부림 받는 마음들이 아니로다

樂園樂郊不遠有[원낙교불원유] 낙원낙교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거늘

何苦去作風塵客[하고거작풍진객] 어찌 괴로워하며 풍진 속을 헤매이랴

 

<打麥行타맥행 / 보리타작 노래 / 丁若鏞정약용 : 茶山詩文集다산시문집>

 


정약용[丁若鏞] 조선 후기의 실학자(實學者). 자는 미용(美鏞). 호는 다산(茶山사암(俟菴여유당(與猶堂채산(菜山). 근기(近畿) 남인 가문 출신으로, 정조(正祖) 연간에 문신으로 사환(仕宦)했으나, 청년기에 접했던 서학(西學)으로 인해 장기간 유배생활을 하였다. 그는 이 유배기간 동안 자신의 학문을 더욱 연마해 육경사서(六經四書)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일표이서(一表二書: 經世遺表경세유표·牧民心書목민심서·欽欽新書흠흠신서) 등 모두 500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고, 이 저술을 통해서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 고시(古詩)의 한 체재(體裁). 악부(樂府) 속에는 가(), (), (), (), (), ()이 있다.

[] 있다. 자리하다. 모이다. 쌓다. 저축하다.

낭자[狼藉]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진 모양을 이르는 말. 이리[]가 풀을 깔고[] 자고 난 뒤의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모양이라는 뜻으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어수선한 모양을 말한다. 사기(史記) 골계열전(滑稽列傳) 순우곤전(淳于髡傳)신발이 뒤섞이고 술잔과 접시가 어지럽게 흩어졌다[履舃交錯 杯盤狼藉]”는 배반낭자(杯盤狼藉)의 고사가 있다.

수유[須臾] 불교에서의 시간 단위. 잠시(暫時). 매우 빠른 시각. 시간적 개념으로서 잠깐 동안을 이르는 말. 건강한 사람이 30여 번 정도 숨쉬는 시간에 해당하는 130초 정도의 시간.

잡가[雜歌] 가곡(歌曲), 가사(歌辭), 시조(時調) 등 지식층이 즐기던 정가(正歌)에 대하여, 대중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를 통틀어 이르는 말. 좁게는 사당패나 광대 같은 소리꾼이 부르는 노래들이고, 넓게는 각 지방 민요까지 포함된다.

옥각[屋角] 지붕의 모서리. , 용마루 끝. 가옥의 구석. 집 모퉁이.

형역[形役] 육체의 노예. 또는 공명과 잇속에 얽매임. 마음이 육체(肉體)의 부리는 바가 된다는 뜻으로, 정신(精神)이 물질(物質)의 지배(支配)를 받음을 이른다.

낙교[樂郊] 낙지(樂地). 낙교는 즐거운 곳이란 말로, 시경(詩經) 석서(碩鼠)너를 버리고 떠나서, 저 즐거운 땅으로 가리라. 즐거운 곳이여 즐거운 곳이여, 누구 때문에 부르짖으리오[逝將去女, 適彼樂郊. 樂郊樂郊, 誰之永號.]”라고 하였다. 주석에서 도가 있는 지역이 낙교(樂郊)라고 보았다.

하고[何苦] 무엇이 안타까워서인가. 무엇 때문인가. 무엇이 아쉬워서인가. 왜 괴롭히는가. 무엇 때문에 못살게 구느냐.

풍진객[風塵客] 풍진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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