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
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초패왕 항우를 멸하고 한나라의 고조가 된 유방은 소하, 장량과 더불어 한나라 창업 삼걸의 한 사람인 한신을 초왕(楚王)에 책봉했다.
그런데 이듬해, 항우의 맹장이었던 종리매가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고조는 지난날 그에게 고전한 악몽이 되살아나 크게 노했다. 그래서 한신에게 당장 압송하라고 명했으나 종리매와 오랜 친구인 한신은 고조의 명령을 어기고 오히려 그를 숨겨 주었다. 그러자 고조에게 ‘한신은 반심을 품고 있다’는 상소가 올라왔다. 진노한 고조는 참모 진평의 헌책에 따라 제후들에게 이렇게 명했다.
“제후는 초 땅의 진에서 대기하다가 운몽호로 유행하는 짐을 따르도록 하라.”
한신을 진에서 포박하든가 나오지 않으면 제후의 군사로 주살할 계획이었다.
고조의 명을 받자 한신은 예삿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래서 ‘아예 반기를 들까’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죄가 없는 이상 별일 없을 것’으로 믿고 순순히 고조를 배알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안이 싹 가신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활한 가신이 한신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종리매의 목을 가져가시면 폐하께서도 기뻐하실 것이옵니다.”
한신이 이 이야기를 하자 종리매는 크게 노했다.
“고조가 초나라를 치지 않는 것은 자네 곁에 내가 있기 때문일세. 그런데도 자네가 내 목을 가지고 고조에게 가겠다면 당장 내 손으로 잘라 주지, 하지만 그땐 자네도 망한다는 걸 잊지 말게.”
종리매가 자결하자 한신은 그 목을 가지고 고조를 배알했다. 그러나 역적으로 포박당하자 그는 분개하여 이렇게 말했다.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좋은 사냥개는 삶아 먹히고[狡兎死良狗烹(교토사양구팽)],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은 곳간에 처박히며[高鳥盡良弓藏(고조진양궁장)], 적국을 쳐부수고 나면 지혜 있는 신하는 버림을 받는다[敵國破謀臣亡(적국파모신망)]고 하더니 한나라를 세우기 위해 분골쇄신한 내가, 이번에는 고조에게 죽게 되었구나.”
고조는 한신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회음후로 좌천시킨 뒤 주거를 도읍인 장안으로 제한했다.
'옛글[古典]산책 > 고사성어[古事成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신구화[抱薪救火]땔감을 안고 불을 끄려한다 (0) | 2020.01.09 |
---|---|
포류지자[蒲柳之姿]선천적으로 유약한 체질(蒲柳之質) (0) | 2020.01.09 |
파경중원[破鏡重圓]이별한 부부가 다시 합하다 (0) | 2020.01.09 |
퇴고[推敲]문장을 다듬고 어휘도 살피고.. (0) | 2020.01.08 |
토포악발[吐哺握髮]현명한 이를 얻기 위해 애를 쓴다 (0) | 2020.01.08 |
탐천지공[貪天之功]하늘의 공을 탐낸다 (0) | 2020.01.08 |
쾌도난마[快刀亂麻]어지러운 일을 시원스럽게 처리한다 (0) | 2020.01.07 |
칠신탄탄[漆身呑炭]몸에 옻칠을 하고 숯을 삼킨다 (0) | 2020.01.07 |
칠보지재[七步之才]아주 뛰어난 글재주 (0) | 2020.01.07 |
측은지심[惻隱之心]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 (0) | 2020.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