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
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반문농부[班門弄斧]명장의 문 앞에서 재주를 자랑한다
공수반(公輸班)은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유명한 장인(匠人)이다. 어떤 나무토막이든 그의 손에 들어가기만 하면 국보로 변할 만큼 손재주가 뛰어났다. 워낙 기교가 뛰어나 도끼놀림이 귀신같고 대패질은 아지랑이 춤추듯 했다.
그 즈음 젊은 목수 하나가 있었다. 조금은 기예를 익혔는데 도무지 안하무인이었다. 하루는 자신의 작품 몇 점을 가지고 나타나 한 바탕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것을 보시오. 신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작품입니다.”
하면서 도끼를 직접 꺼내 가지고는 현장에서 시범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서 있던 곳은 공수반의 대문 앞이었다. 그러자 구경꾼 중 하나가 가련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봐, 젊은이, 등 뒤를 한 번 돌아보시게. 그게 누구 집인 줄 아는가? 바로 천하의 명장 공수반의 집이라네.”
집안을 돌아보고 난 그는 망연자실했다. 귀신도 무안해 할 정도의 재주, 정교의 극치를 다한 조각들…. 자기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기예가 아닌가. 젊은이는 그만 홍당무가 되어 머리를 떨군 채 자리를 뜨고 말았다.
명(明)나라 말기에 매지환(梅之渙)이라는 시인이 있었다. 한 번은 천하 대시인 이태백의 무덤을 지나게 되었는데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들어왔다. 그의 묘비 위에다 제 딴에는 글재주 깨나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자들이 함부로 싯구를 새겨 넣었던 것이다. 불쾌한 마음 반, 안타까운 마음 반으로 자신도 한 수를 적어 넣었다.
采石江邊一堆土[채석강변일퇴토]채석 강변의 흙무덤 하나
李白之名高千古[이백지명고천고]이백의 이름은 천고에 드높은데
來來往往一首詩[래래왕왕일수시]오가는 이마다 시 한 수씩 남기니
魯班門前弄大斧[노반문전농대부]노반의 문전에서 큰 도끼 자랑하나
'옛글[古典]산책 > 고사성어[古事成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졸불여근[補拙不女勤]서툰 일은 근면함으로 보충한다 (0) | 2019.12.23 |
---|---|
별무장물[別無長物]불필요한 것은 일절 갖지 않는다 (0) | 2019.12.21 |
배중사영[杯中蛇影]술잔에 비친 뱀 그림자 (0) | 2019.12.21 |
방촌이란[方寸已亂]마음가짐이 이미 혼란스러워졌다 (0) | 2019.12.21 |
발묘조장[拔苗助長]급하게 서두르다 일을 망친다 (0) | 2019.12.20 |
문전성시[門前成市]문앞에 시장이 선듯 권력에 줄을 서다 (0) | 2019.12.20 |
문외가설작라[門外可說雀羅]권세가 없어지면 발길도 끊긴다 (0) | 2019.12.20 |
매사마골[買死馬骨]죽은 말의 뼈를 산다 (0) | 2019.12.20 |
망양지탄[望洋之歎]자기의 힘이 미치지 못함을 탄식한다 (0) | 2019.12.20 |
마부작침[磨斧作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0) | 2019.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