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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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천자의 칼, 제후의 칼, 서민의 칼
- 장자(잡편):제30편 설검[2]-
“천자의 칼이란 무엇입니까?”
“천자의 칼이란 연나라의 계곡과 변방의 석성을 칼끝으로 하고, 제나라의 태산을 칼날로 삼으며, 진과 위나라가 칼등이 되고, 한나라와 위나라가 칼집이 되며, 사방의 오랑캐들로 씌우고, 사계절로 감싸서, 그것을 발해로 두르고, 상산을 띠 삼아 묶고, 오행으로 제어하고, 형벌과 은덕으로 논하며, 음양의 작용으로 발동하고, 봄과 여름의 화기로 유지하고, 가을과 겨울의 위세로 발휘케 합니다. 이 칼을 곧장 내지르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없고, 아래로 내리치면 걸리는 것이 없으며, 휘두르면 사방에 거칠 것이 없습니다. 위로는 구름을 끊고, 아래로는 땅을 지탱하는 큰 줄을 자를 수 있습니다. 이 칼은 한번 쓰기만 하면 제후들의 기강이 바로 서고, 천하가 모두 복종하게 됩니다. 이것이 천자의 칼입니다.”
문왕이 멍하니 바라보다 말했다.
“제후의 칼은 어떻습니까?”
“제후의 칼은 용기 있는 자로 칼끝을 삼고, 청렴한 사람으로 칼날을 삼으며, 현명하고 어진 사람으로 칼등을 삼고, 충성스러운 이로 칼자루의 테를 삼으며, 호걸로 칼집을 삼습니다. 이 칼 역시 곧장 내지르면 앞에 가로막는 것이 없고, 위로 쳐 올리면 위에 걸리는 것이 없으며, 아래로 내치면 아래에 걸리는 것이 없고, 휘두르면 사방에서 당할 것이 없습니다. 위로는 둥근 하늘을 법도로 삼아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 빛을 따르고, 아래로는 모가 난 땅을 법도로 삼아 사계절을 따르며, 가운데로는 백성들의 뜻을 헤아리어 사방의 온 나라를 편안하게 합니다. 이 칼을 한번 쓰면 천둥소리가 진동하는 듯하며, 나라 안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게 되어 모두가 임금님의 명령을 따르게 됩니다. 이것이 제후의 칼입니다.”
“서민의 칼은 어떻습니까?”
“서민의 칼은 더벅머리에 살쩍은 비쭉 솟았으며, 낮게 기운 관을 쓰고, 장식이 없는 끈으로 관을 묶었으며, 소매가 짧은 옷을 입고, 부릅뜬 눈에 말을 더디게 하면서 임금님 앞에서 서로 치고 받으며 싸우되, 위로는 목을 베고, 아래로는 간과 폐를 찌릅니다. 이것이 바로 서민의 칼이며, 이른 바 투계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일단 목숨을 잃고 나면 이미 나라 일에 쓸모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임금님께서는 천자와 같은 자리에 계시면서도 서민의 칼을 좋아하시니 저는 황공하오나 임금님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임금은 그 말에 장자의 옷소매를 잡아끌고 궁전 위로 올라갔다. 요리사가 음식을 올렸으나 임금은 세 번이나 그 둘레를 맴돌 뿐이었다. 장자가 말했다.
“임금께서는 편히 앉으시어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칼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다 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동안 문왕은 궁전을 나가지 않았으며 검객들은 모두가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
- 莊子(雜篇):第30篇 說劒[2]-
王曰:「天子之劍何如?」
曰:「天子之劍, 以燕谿石城爲鋒, 齊岱爲鍔, 晉衛爲脊, 周宋爲鐔, 韓魏爲夾. 包以四夷, 裏以四時, 繞以渤海, 帶以恒山. 制以五行, 論以刑德. 開以陰陽, 持以春夏, 行以秋冬. 此劍, 直之無前, 擧之無上, 案之無下, 運之無旁, 上決浮雲, 下絶地紀. 此劍一用, 匡諸侯, 天下服矣. 此天子之劍也.」
文王芒然自失, 曰:「諸侯之劍何如?」
曰:「諸侯之劍, 以知勇士爲鋒, 以淸廉士爲鍔, 以賢良士爲脊, 以忠聖士爲鐔, 以豪桀士爲夾. 此劍, 直之亦無前, 擧之亦無上, 案之亦無下, 運之亦無旁. 上法圓天以順三光, 下法方地以順四時, 中和民意以安四鄕. 此劍一用, 如雷霆之震也, 四封之內, 無不賓服而聽從君命者矣. 此諸侯之劍也.」
王曰:「庶人之劍何如?」
曰:「庶人之劍, 蓬頭突鬢垂冠, 曼胡之纓, 短後之衣, 瞋目而語難. 相擊於前, 上斬頸領, 下決肝肺. 此庶人之劍, 無異於鬪鷄, 一旦命已絶矣, 無所用於國事. 今大王有天子之位而好庶人之劍, 臣竊爲大王薄之.」
王乃牽而上殿. 宰人上食, 王三環之. 莊子曰:「大王安坐定氣, 劍事已畢奏矣.」
於是文王不出宮三月, 劍士皆服斃其處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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