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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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인위로 다스림은 다스리지 않음만 못하다
- 장자(외편):제14편 천운[7]-
공자가 노자를 만나고 돌아와 사흘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제자들이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노자를 만나서 무엇을 가르쳐주려 하셨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나는 이제야 용을 본 것 같다. 용은 합쳐지면 훌륭한 몸을 이루고, 흩어지면 아름다운 무늬를 이룬다. 구름의 기운을 타고 다니며 음양 속을 날아다니는 것이다. 나는 입이 벌어져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무엇을 노자에게 가르쳐줄 수 있었겠느냐.”
자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사람 중에는 본시 시체처럼 있다가도 용처럼 나타나고, 우레 소리를 내다가도 심연 같은 침묵을 지키고, 활동이 하늘과 땅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저도 그 분을 뵐 수 있겠습니까?”
마침내 공자의 주선으로 자공이 노자를 만났다. 노자는 마침 대청에 앉아 있다가 마중하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미 다 늙어버렸는데 내게 무엇을 얘기해주려 하십니까?”
자공이 말했다.
“삼황과 오제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은 같지 않았지만 그 분들이 명성을 누렸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분들이 성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시다니 어째서입니까?”
노자가 말했다.
“젊은이 좀더 가까이 오시오! 당신은 어째서 그들의 방법이 같지 않다는 것입니까?”
자공이 말했다.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고,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으며, 우임금은 힘을 사용하였고, 탕임금은 군사를 사용했습니다. 문왕은 주왕에게 순종하여 감히 거스르려 하지 않았으나, 무왕은 주왕을 거슬러 순종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노자가 말했다.
“젊은이 좀 더 가까이 오시오. 내 당신에게 삼황과 오제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황제가 천하를 다스릴 적에는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백성들 중에는 그의 부모가 죽어도 곡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친하게 만들었습니다. 백성들 중에는 그들의 친분 때문에 친하게 지내고 따돌리는 차별을 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그래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다투게 만들었습니다. 백성들 가운데는 부인이 아기를 배어 가지고 열 달 안에 자식을 낳고, 아이가 태어나서 다섯 달 만에 말을 하게 되고, 방긋방긋 웃기도 전에 사람들을 분별하는 경우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비로소 사람들에게 어려서 죽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우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백성들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고, 전쟁은 도리를 따른다는 구실이 생겼으며, 도적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닌 것으로 되었고, 자기만을 중히 여기고 천하의 보고 듣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온 천하 사람들은 크게 놀라 유가와 묵가들이 한꺼번에 생겨났던 것입니다. 시작할 때는 그런 대로 법도가 있었으나, 결과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당신에게 삼황과 오제가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이름은 천하를 다스렸다고 하지만 사실은 더 말할 수 없이 천하를 어지럽혔던 것입니다. 삼황의 지혜는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은 빛을 거슬렸고, 아래로는 산과 냇물의 정기를 배반하였으며, 가운데로는 사계절의 순환을 파괴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지혜는 전갈의 꼬리보다도 잔혹한 것입니다.
작은 짐승들도 모두가 그의 본성과 생명의 진실한 모습을 따라 편안히 지냅니다. 그런데 스스로 성인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수치를 모르는 것입니다.”
자공은 다리를 떨면서 불안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 莊子(外篇):第14篇 天運[7]-
孔子見老聃歸, 三日不談, 弟子問曰:「夫子見老聃, 亦將何規哉?」
孔子曰:「吾乃今於是乎見龍! 龍, 合而成體, 散而成章, 乘雲氣而養乎陰陽. 予口張而不能嗋, 予又何規老聃哉!」
子貢曰:「然則人固有尸居而龍見, 淵黙而雷聲, 發動如天地者乎? 賜亦可得而觀乎?」 遂以孔子聲見老聃.
老聃方將倨堂而應, 微曰:「予年運而往矣, 子將何以戒我乎?」
子貢曰:「夫三皇五帝之治天下不同, 其係聲名一也. 而先生獨以爲非聖人, 如何哉?」
老聃曰:「小子少進! 子何以謂不同?」
對曰:「堯授舜, 舜授禹, 禹用力而湯用兵, 文王順紂而不敢逆, 武王逆紂而不肯順, 故曰不同.」
老聃曰:「小子少進!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 皇帝之治天下, 使民心一, 民有其親死不哭而民不非也. 堯之治天下, 使民心親, 民有爲其親殺其殺而民不非也. 舜之治天下, 使民心競, 孕婦十月而生子, 子生五月而能言, 不至乎孩而始誰, 則人始有夭矣. 禹之治天下, 使民心變, 人有心而兵有順, 殺盜非殺人, 自爲種而天下耳, 是以天下大駭, 儒墨皆起. 其作始有倫, 而今乎歸, 女何言哉! 余語汝, 三皇五帝之治天下, 各曰治之, 而亂莫甚焉. 三皇之治, 上悖日月之明, 下睽山川之精, 中墮四時之施, 其知憯於蠣蠆之尾, 鮮規之獸, 莫得安其性命之情者, 而猶自以爲聖人, 不亦可恥乎, 其無恥也?」
子貢蹴蹴然立不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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