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 저 너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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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
어리석기 때문에 도를 터득하게 된다
- 장자(외편):제14편 천운[3]-
북문성이 황제에게 물었다.
“임금님께서는 함지의 음악을 동정의 들에서 연주하셨는데, 저는 처음 듣고는 두려움을 느꼈고, 다시 듣고는 권태를 느꼈고, 마지막으로 듣고서는 미혹되어 버렸습니다. 밋밋하고 멍멍해서 스스로를 어쩔 수도 없었습니다.”
황제가 말했다.
“당신에게는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나는 음악을 연주함에는 사람을 따르고, 악기를 연주함에는 하늘을 따르고, 음악을 진행시킴에는 예의를 따르고, 음악을 조화시킴에는 하늘의 지극한 도를 따릅니다. 이른바 지극한 음악이라는 것은 먼저 사람의 일로써 거기에 호응하고, 하늘의 도리로써 거기에 따르고, 다섯 가지 덕으로써 그것을 진행시키며, 자연으로써 거기에 호응케 하는 것입니다. 그런 뒤에야 사계절을 고르게 다스리고 만물을 크게 조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사계절이 바뀌고 만물이 바뀌어 생겨나듯이, 한번 성했다 한번 쇠했다 하면서 문무로써 조리 있게 다스리고, 한번은 맑게 한번은 흐리게 음양으로 조화시켜 그 소리가 널리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할 때 천둥소리가 그들을 놀라게 하듯이 나는 자연을 따릅니다. 그러나 그 끝에는 꼬리가 없고, 그 시작에는 머리가 없습니다. 한번은 죽었다 한번은 살았다 하며, 한 번은 넘어졌다 한 번은 일어나듯이 하며 연주를 합니다. 그 변화는 무궁해서 조금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그래서 두려웠을 것입니다.
나는 또한 음양의 조화로써 그것을 연주하고, 해와 달의 밝음으로써 그것을 밝힙니다. 그래서 그 소리는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며, 부드럽기도 하고 억세기도 한 것입니다.
변화는 한결같이 가지런하여 옛 법도만을 위주로 하지는 않습니다. 골짜기에 있어서는 골짜기에 가득 차고, 굴속에 있어서는 굴속에 가득 찹니다. 마음의 빈틈을 막아주고 정신을 지켜주며 물건에 따라 양을 변화시킵니다. 그 소리는 널리 진동하고, 그 이름은 높고 맑음이라 할 만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귀신은 그 그윽함을 지키고, 해와 달과 별들은 그 법도에 따라 운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언제나 궁극에 머물러 있게 하고, 정지 없는 상태로 흘러가게 합니다. 당신이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려 해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무심히 사방으로 트인 길에 서서 금에 몸을 기대고 읊조려 보십시오. 눈과 지혜는 보고자 하는 데서 막히게 될 것이며, 능력은 뒤쫓으려 하는 데서 다하게 될 것입니다. 나도 이미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 형체가 공허한 세계로 채워지며 마음이 부드럽게 되었기 때문에 권태로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나는 또한 음악을 연주함에 있어서 권태로움이 없는 소리를 사용하였고, 그것을 조화시킴에 있어서 자연의 생명으로써 했습니다. 그러므로 뒤섞여 한꺼번에 생겨나는 듯 했고, 음악이 고조되자 아무런 형체도 없는 듯이 되었습니다. 널리 진동하여 퍼지며 멈추지 아니하고 흐릿해져서 소리가 없는 듯이 되었습니다. 방향도 없는 곳으로 움직이고, 아득한 곳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죽은 것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때로는 살아있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혹은 열매가 열린 듯이 생각되기도 하고 혹은 꽃만 핀 듯이 생각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움직이며 흐르고 흩어지며 옮겨가서 일정한 소리를 위주로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는 그것을 의심하고 성인들에게 물어보아야 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이란 진실에 통달하고 운명에 순종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늘의 기틀은 움직여지지 않아도 오관(五官)은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하늘의 음악이라 하는데,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은 기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염씨가 기리어 말했습니다.
「그것을 들어보아도 그 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것을 보아도 그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하늘과 땅에 가득 차고 천지사방을 포용한다」
당신이 그것을 들으려해도 귀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니, 그래서 미혹되었던 것입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두려움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두려움 때문에 재난을 당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그 다음에는 권태로움으로써 그것을 계속합니다. 권태롭기 때문에 모든 의식이 없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미혹됨으로써 음악을 끝내는 것이니, 미혹되기 때문에 어리석은 듯 모든 것을 잊습니다.
어리석기 때문에 도를 터득하게 됩니다. 도를 터득하면 모든 것을 거기에 싣고서 도와 더불어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莊子(外篇):第14篇 天運[3]-
北門成問於皇帝曰:「帝張咸池之樂於洞庭之野, 吾始聞之懼, 復聞之怠, 卒聞之而惑. 蕩蕩黙黙, 乃不自得.」
帝曰:「汝殆其然哉! 吾奏之以人, 徵之以天, 行之以禮義, 建之以太淸. 四時迭起, 萬物循生. 一盛一衰, 文武倫經. 一淸一濁, 陰陽調和, 流光其聲. 蟄蟲始作, 吾驚之以雷霆. 其卒無尾, 其始無首. 一死一生, 一僨一起. 所常無窮, 而一不可待. 汝故懼也.
「吾又奏之以陰陽之和, 燭之以日月之明. 其聲能短能長, 能柔能剛, 變化齊一, 不主故常. 在谷滿谷, 在阬滿阬. 塗却守神, 以物爲量. 其聲揮綽, 其名高明, 是故鬼神守其幽, 日月星辰行其紀. 吾止之於有窮, 流之於無止. 子欲慮之而不能知也, 望之而不能見也, 遂之而不能及也. 儻然立於四虛之道, 倚於槁梧而吟. 心窮乎所欲知, 目窮乎所欲見, 力屈乎所欲逐, 吾旣不及已夫! 形充空虛, 乃至委蛇. 汝委蛇, 故怠.
「吾又奏之以無怠之聲, 調之以自然之命, 故若混逐叢生, 林樂而無形. 布揮而不曳, 幽昏而無聲. 動於無方居於窈冥. 或謂之死, 或謂之生. 或謂之實, 或謂之榮. 行流散徙, 不主常聲. 世疑之, 稽於聖人, 聖也者, 達於情而遂於命也. 天機不張而吾官皆備, 無言而心說, 此之謂天樂. 故有焱氏爲之頌曰:‘聽之不聞其聲, 視之不見其形, 充滿天地, 苞裏六極.’ 汝欲聽之而無接焉, 而故惑也.
「樂也者, 始於懼, 懼故崇. 吾又次之以怠, 怠故遁. 卒之於惑, 惑故愚. 愚故道, 道可載而與之俱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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