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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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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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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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不眠

 

잠자리 전의 담배 때문일까

그러나 내 불면의 역사는 길다.

홑 유리창으로는 가로등 빛에 묻어

한기가 스미고

고향 창호지에 번지던 달빛도 따라 왔다.

바람에 밤새 뒤척이던 가랑잎 소리처럼

이따금 무겁거나 비틀대는 발자국이 지나고

사는 생각에 밤은 길다.

어차피 정해진 목적지

어디로든 어떻게든 언젠가는 닿으련만

혼자 달리는 생각의 꼬리물기 장난에

실상의 삶이 갉아 먹힌다.

누굴까

이거다 하고 말해줄 사람은

불면의 이유조차 못다 헤아리면서

내일 보아야 하는 얼굴들과

밥벌이가 되어버린 글자들의 포위망을 벗어나

고향 귀퉁이 개울가에

통나무박이 토담집을 두어 채 지었다 부수고

아이들과 농사를 재미로 짓기도 하고

관속에 눈을 감고

남아있을 사람들 걱정도 하는 나는

또 무슨 변덕으로 아침을 맞을까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풍선 같은 생각이 잠을 매달고 떠다니기 때문이다.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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