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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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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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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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밭에서

 

고랑밭이

팔 남매 길러낸 고랑밭이

다시 산으로 가고 있구나.

 

겨우내 등걸불 피워 놓고

육철괭이 벼리며 일구셨다는

아버지 피땀 배인 구기자밭

 

슬그머니 산이 다시 내리는구나.

 

사람 자취는 언제 끊겼나

풀덤불 가시덤불 다리를 부여잡고

한숨 소리에 장끼가 난다.

 

부드럽게 휘어 돌던 기인 두둑들

발가니 가을 들던 밭고랑에

라디오 틀어놓고 시간을 따던

누나는 지금 무엇을 할까.

 

꿩이 헤매다 간 덤불 틈새기

핏방울로 말라 달린

구기자 한 알.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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