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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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종이책전자책

 

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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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편히 쉴 수 없는 까닭 [遁人둔인과 順民순민]

 

열자7편 양주17]-

 

양주가 말했다.

사람이 살면서 편안히 쉴 수 없는 까닭은 네 가지 일 때문이다. 첫째는 오래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명예를 위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벼슬을 구하기 때문이다. 넷째는 재화를 탐하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욕망이 있는 사람은 신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두려워하고, 위압을 두려워하고, 형벌을 무서워한다. 이런 사람을 자연의 질서에서도 피하는 사람[遁人]이라 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그를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고, 또 그의 생명을 제한 할 수도 있는 권한이 자기에게 전혀 없고, 다 외부에 있는 어떤 존재의 손에 달려 있다.

이와 반대로 내가 자연의 명에 거스르지 않으면 어찌 남이 오래 사는 것을 부러워하겠는가? 내가 남이 벼슬을 하여 귀하게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으면 어찌 명예를 부러워하겠는가? 내가 권세를 요구하지 않으면 어찌 벼슬을 부러워하겠는가? 내가 부자가 되기를 탐내지 않으면 어찌 재화를 부러워하겠는가? 이런 사람을 자연질서에 따르는 사람[順民]이라 한다. 이런 사람은 이 세상에서 그를 상대할 사람이 없고, 또 그의 생명은 외부에 있는 존재에 의해 제한되지 않고 자기 내적인 것에 의해 제한된다.

그러므로 옛말에 사람이 결혼이나 벼슬을 하지 않으면 그 정욕은 절반쯤 감퇴되고, 사람이 먹고 입지 않으면 임금과 신하 사이의 의리관계가 없어진다고 했던 것이다.

또 주나라의 속담에 농부는 가만히 앉아서 죽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농부는 새벽에 들에 나가면 밤에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타고난 자기 천성으로 생각한다. 콩국에 보리밥을 말아먹는 것을 가장 좋은 맛이라 한다. 또 늘 일을 하기 때문에 피부는 거칠고 두꺼워지고, 힘줄과 뼈마디는 튀어나오게 된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부드러운 비단 장막 속에서 그를 잠자게 하고, 쌀밥과 고깃국에 난초같이 향기로운 귤 같은 과일을 먹게 하면, 그의 마음은 울렁거리고 몸은 고통스러워 속에서 열이 올라 병이 나고 만다.

이와 반대로 잘 먹고 잘 입고 호화롭게 생활하던 상나라와 노나라의 임금이 농부와 같이 밭을 갈면 역시 한 시간도 못되어 곧 피로하게 된다. 그러므로 시골 사람들이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시골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이 세상에 그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옛날 송나라에 농부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항상 베옷을 입고 근근이 추운 겨울을 지내고, 어느덧 봄이 와서 동쪽 밭에 나가 일을 할 때에 저 스스로 몸을 따듯한 햇볕에 쪼였다. 그는 이 세상에 굉장히 높고 넓은 큰 저택과 훈훈하게 더운 방안에서 비단옷과 여우나 담비 가죽으로 만든 갖저고리를 입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는 그의 아내를 돌아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우리 두 사람이 따뜻한 햇볕을 등에 지고 행복하게 있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소. 만일 내가 이렇게 즐거운 생활을 우리 임금님께 말씀드려 임금님이 이곳에 오시게 하여 우리와 같이 즐거움을 느끼게 하면 아마 임금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상을 줄 것이오.”

한 동네에 사는 부잣집 사람이 이 말을 듣고 그 농부에게 말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용숙이라는 콩잎과 감희라는 나물과 경근이라는 미나리와 평자라는 부평초를 매일 같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는 그 동네에 같이 사는 한 부자에게 그것들을 맛이 있는 먹거리라고 권했습니다. 부자는 조금 달라고 하여 맛을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입에서는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고, 뱃속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 곁에 있던 여러 사람들은 웃었고, 먹으라고 권한 사람을 원망했습니다. 그래서 그 농부는 몹시 부끄러워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임금께 따듯한 햇볕을 쪼이게 하겠다는 당신과 꼭 같은 것입니다.”

 

列子7篇 楊朱17]-

楊朱曰:生民之不得休息, 爲四事故:一爲壽, 二爲名, 三爲位, 四爲貨. 有此四者, 畏鬼, 畏人, 畏威, 畏刑, 此謂之遁人也. 可殺可活, 制命在外. 不逆命, 何羨壽? 不矜貴, 何羨名? 不要勢, 何羨位? 不貪富, 何羨貨? 此之謂順民也. 天下無對, 制命在內, 故語有之曰:人不婚宦, 情欲失半; 人不衣食, 君臣道息. 周諺曰:田父可坐殺. 晨出夜入, 自以性之恆; 啜菽茹藿, 自以味之極; 肌肉粗厚, 筋節腃急, 一朝處以柔毛綈幕, 薦以梁肉蘭橘, 心㾓體煩, 內熱生病矣. 商魯之君與田父侔地, 則亦不盈一時而憊矣. 故野人之所安, 野人之所美, 謂天下無過者. 昔者宋國有田夫, 常衣縕黂, 僅以過冬. 曁春東作, 自曝於日, 不知天下之有廣廈隩室, 綿纊狐貉. 顧謂其妻曰:‘負日之暄, 人莫知者; 以獻吾君, 將有重賞.’里之富室告之曰:‘昔人有美戎菽, 甘枲莖芹萍子者, 對鄕豪稱之. 鄕豪取而嘗之, 蜇於口, 慘於腹, 衆哂而怨之, 其人大慚. 子此類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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