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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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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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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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처럼 타오르던 욕정도

 

병들 때에 생각이 미치면

 

문득 흥분이 식은 재로 변하고

 

명예와 이욕이 엿처럼 달아도

 

죽을 처지에 한 생각이 이르면

 

그 맛이 밀랍을 씹는 것과 같아진다.

 

그러므로 사람이 항상

 

죽음을 근심하고 병을 걱정하면

 

헛된 짓은 사라지고 참마음이 자라난다.

 

 

色慾火熾, 而一念及病時, 便興似寒灰.

색욕화치, 이일념급병시, 변흥사한회.

名利飴甘, 而一想到死地, 便味如嚼蠟.

명리이감, 이일상도사지, 변미여작랍.

故人常憂死慮病, 亦可消幻業而長道心.

고인상우사려병, 역가소환업이장도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23>

 

 

✦ 화치[火熾]  불길처럼 타오름. 왕성하다. 격렬하다. 열렬하다. 치열하다.

✦ 한회[寒灰]  사회(死灰). 불이 꺼져서 싸늘하게 식은 재라는 말이다. 이것은 마음에 모든 잡념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삼국지(三國志) 권21 위서(魏書) 유이전(劉廙傳)에 “식은 잿더미 위에 연기가 일어나게 하고, 말라 죽은 나무에 꽃이 피어나게 하였다.[起煙於寒灰之上 生華於已枯之木]”라는 말이 나온다.

✦ 사회[死灰]  불기운이 없어진 식은 재. 불 꺼진 재로, 마음이 외물(外物)에 전혀 동요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장자(莊子) 제물론에, 남곽자기(南郭子綦)란 사람이 안석에 기대앉아서 하늘을 우러러 길게 숨을 내쉬는데, 그 멍한 모습이 마치 짝을 잃은 것 같았으므로, 안성자유(顔成子游)란 사람이 곁에서 모시고 있다가 묻기를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형체는 진실로 마른 나무와 같이 할 수 있고 마음은 진실로 식은 재와 같이 할 수 있는 것입니까?[何居乎 形固可使如槁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라고 하자, 남곽자기가 대답하기를 “언아, 자네는 또한 착하지 아니한가. 자네가 그렇게 물음이여. 지금 나는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는데, 자네가 그것을 알았구려.[偃 不亦善乎 而問之也 今者吾喪我 汝知之乎]”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작랍[嚼蠟]  작랍(嚼蠟)은 밀랍(蜜蠟)을 씹음, 곧 아무런 맛도 없다는 뜻이다. 능엄경(楞嚴經)에 이르기를 “아름다운 여인이 누워 있는 것을 보면 밀랍을 씹듯 하라.[當橫陳時 味如嚼蠟]”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밀랍은 꿀에 비하여 아무런 맛도 없으므로 맛이 없는 것을 가리킨다. 밀랍(蜜蠟)은 충치를 치료하는 보형물을 고정하는 데도 사용되었고, 충치 치료에도 이용되었다.

✦ 사지[死地]  자기가 죽을 곳. 죽어야 할 장소. 목숨을 잃을, 죽을 위험이 큰 장소. 사지(死地)란 죽을 땅이란 뜻으로, 생(生)과 사(死)가 판가름 나는 매우 위험한 처지에 놓임을 이른다. 손자(孫子) 구지(九地)에 “병사들을 망할 땅에 투입한 뒤에야 생존하고, 죽을 땅에 빠뜨린 뒤에야 살아난다.[投之亡地然後存 陷之死地然後生]”라고 보인다.

✦ 도심[道心]  불심(佛心), 보리심(菩提心), 선심(禪心), 보살심(菩薩心), 청정하고 적정한 마음,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 육조단경(六祖壇經) 반야품(般若品)에 “스스로 도를 구하는 마음이 없으면, 어둠 속을 가는 것 같아서 길을 볼 수 없다.[自若無道心, 闇行不見道.]”라고 하였다.

 도심[道心]  도덕의식에서 우러나오는 마음. 의리로서 생긴 마음. 자연의 이치[理]에 근거하는 순(純)한 마음으로, 인심(人心) 곧 이치에 합당한 것과 합당하지 않은 것이 공유하는 마음에 대립되는 것이다.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오직 정밀하고 일관되게 하여 그 중도(中道)를 진실로 잡아야 한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고 하였고, 서경집전대전(書經集傳大全)의 소주(小註)에서 인용한 주희(朱熹)의 말에 “측은지심, 수오지심, 시비지심, 사손지심이 도심이다.[惻隱羞惡是非辭遜 道心也]”라고도 하였고 “비록 소인이라도 도심이 없을 수는 없으니, 측은지심 같은 경우가 바로 이것이다.[雖小人不能無道心 如惻隱之心是]”라고도 하였다.

 환업[幻業]  헛된 짓. 허깨비 같은 업. 환은(幻) 허깨비, 환상.

 

 

【譯文】  情色欲望火勢熾盛, 而一旦想到病痛的時候, 所有興致就變得恰似冰寒灰燼 ; 功名利祿飴漿甘甜, 而一旦想到死亡的境地, 所有興味就變得猶如咀嚼蠟燭. 所以人們要經常憂慮死亡和疾病, 這樣也可以消除幻惑業緣而增長道義之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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